청와대, '수령님' 외친 친북 ‘경계인’(윤이상) 환영
청와대, '수령님' 외친 친북 ‘경계인’(윤이상) 환영
  • 박석근 문화 에디터
  • 승인 2018.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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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하신 수령님께서 사랑하시고 아끼시던 저의 남편 윤이상은.."
꿍꿍이를 꼭꼭 감춘 지도자를 바라보는 국민의 삶은...
윤이상·김일성·이수자
윤이상·김일성·이수자

[박석근 문화에디터]

지난 2017년 7월, 통영시청에 비상령이 떨어졌다. 통영산 동백나무 묘목을 청와대가 찾는다는 것이었다. 시청 공원녹지과 직원들은 의아했다. 동백나무 묘목은 희귀수종도 아니고 묘목시장에서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공원녹지과 직원들은 통영에 자생하는 묘목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영내 한 묘목장에서 청와대가 원하는 동백나무를 찾아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G20 회담 참석차 독일을 방문한 김정숙 여사는 작곡가 윤이상의 묘소를 찾아가 동백나무를 심었다. 그것은 통영시 공원녹지과 직원들이 청와대에 바친 동백나무 묘목이었다.

그리고 2018년 2월 20일, 유족은 윤이상의 유해를 통영시추모공원 봉안당에 임시 보관한다. 뒤이어 같은 달 28일, 도남동에 위치한 통영국제음악당 묘역에 안장했다. 이 모든 과정은 작전을 하듯 은밀히 진행되었는데, 이는 이장을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애초 이장식은 오는 30일 윤이상 추모행사와 함께 치러질 예정이었다.

고향 통영에 조성된 윤이상 묘역. 연합뉴스
고향 통영에 조성된 윤이상 묘역. 연합뉴스

평양시에는 ‘윤이상음악당’이 있다. 1992년 10월에 건축된 것으로, 그는 생전에 무려 17번이나 입북하여 김일성을 만났고 연주회를 가졌다. 김일성 생일에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를 작곡하여 바치기도 했다. 북한이 펴낸 김일성 교시집 내용 중 ‘서독 교포 윤이상과의 담화’ 편에 이런 문구가 있다.

윤이상 선생은 범민족통일음악회의 성과를 통하여 조국통일 위업에 커다란 공적을 쌓아올렸습니다. (중략) 선생은 범민족통일음악회를 통하여 북에서 남조선 당국자들의 기만선전을 깨는데도 크게 이바지하였습니다. (중략) 선생이 조국통일을 위해 앞으로 자기의 힘과 재능을 다 바치겠다고 하는데 대단히 좋은 일입니다. 나는 선생이 이 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두리라고 믿습니다. (중략) 선생이 주체사상은 현시대에 맞는 사상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옳은 말입니다. 우리가 혁명과 건설에서 백전백승하며 커다란 승리를 거두고 있는 것은 주체사상을 지침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이상뿐만 아니라 그의 부인 이수자는 북한이 발간한 ‘금수산기념궁전 방문록’에 이런 글을 남겼다.

수령님, 위대하신 수령님! 수령님께서 떠나신지 벌써 어언 5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대를 이으신 장군님께서 한 치의 빈틈없이 나라 다스리심을 수령님께서 보고 계실 것입니다. 부디 평안을 누리시고 영생불멸하십시오. 우리의 강토를 지켜주시고 민족의 념원인 통일됨을 열어주십시오. 수령님을 끝없이 흠모하며 수령님 령전에 큰절을 올립니다. (주체88년 7월 8일 리수자)

수령님! 위대하신 수령님! 수령님께서 사랑하시고 아끼시고 민족의 재간둥이라고 부르시던 저의 남편 윤이상은 오늘 병원 병석에 누워있어 저와 같이 수령님 령전에 가서 수령님을 뵙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주만사의 원리라고는 하지마는 수령님께서 저희들 곁을 떠나신지 벌써 1년이란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항상 수령님께서 저희들 곁에 계심을 느끼며 수령님을 추모할 때마다 그 인자하시고 인정 많으시고 눈물 많으신 우주와 같이 넓으신 덕성과 도량, 세상의 최고의 찬사를 올려도 모자라는 수령님, 살아계셨어도 그러하였고 돌아가신 뒤도 부디부디 불우한 저의 민족의 운명을 굽어 살펴주소서. 수령님 령전에 무한한 평화와 명복을 빕니다. (1995년 7월 8일. 리수자)

윤이상은 소설가 황석영과 함께 김일성 북한의 5.18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를 제작했다. 소설가 황석영이 시나리오를 쓰고, 윤이상은 음악을 작곡했다. 영화의 주요장면은 이러하다.

님을 위한 교향시
님을 위한 교향시

전두환, 정호용, 노태우는 3자 비밀회동을 갖고 5.18 봉기를 탄압하려 결의한다. 공수부대원들에게 환각제를 먹이고, 군부가 전라도 씨를 말리라고 지시한다. 부모를 석방해달라고 애원하는 아이들을 총살한다. 임신부 배를 잔인하게 칼로 찌르는가 하면 글라이스틴 미 대사가 군부에게 전라도를 무력으로 진압하라고 명령한다. 전두환이 강아지를 안은 채 미 대사에게 쩔쩔매고, 시민들을 무차별로 총살한다.

학살의 주범인 공수부대 대장이 광주교도소 소장으로 부임하여 죄수들을 탄압하고 교도관들에게 극렬분자를 독약으로 죽이라고 지시한다. 독약을 먹은 인물이 죽는 장면에서는 투쟁과 통일만이 살 길이라는 유언을 남긴다. 이로써 5.18은 분단이 낳은 비극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영화의 엔딩자막에서 황석영과 윤이상의 이름을 확인 할 수 있다.

님을 위한 교향시
님을 위한 교향시

2007년에 극장에 상영된 국산영화, <화려한 휴가>는 <임을 위한 교향시>의 자매편으로 보일만큼 내용면에서 비슷하다. 남한 사회는 무려 100만 명 이상이 이 영화를 보았다.

윤이상은 생전에 김일성으로부터 평양 시내에 저택을 하사받았다. 재독 교포인 윤이상의 아내 이수자는 독일과 북한, 한국을 제집처럼 오갔다. 윤이상은 북한과 남한에 자신의 이름을 딴 음악당을 가진 초유의 인물이다.

청와대는 동백나무 묘목 구입부터 이장에 이르기까지 개입했다. 청와대는 대체 왜 이러나. 무엇을 노리고 이런 일을 벌이나. 김일성의 통일론에 동조하고 앞장선 이른바 ‘경계인’들을 하나씩 불러들여 북한식 통일론을 선전·선동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노무현 정권 당시 재독 친북학자 송두율의 귀국으로 나라가 떠들썩했던 사건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경계인이란 송두율 스스로 이름붙인 말이다. 현재 그는 국내의 모 일간지에 칼럼을 쓰고 있다. 윤이상의 유해가 이장된 것처럼 송두율 또한 조만간 국내로 들어와 활약할 게 뻔하다.

‘경계인’, ‘내재적 관점’ 등의 이론으로 북한을 이롭게 하는 정치활동을 교묘히 감추려하지만, 예술활동은 어디까지나 국가의 정체성, 즉 국체(國體)의 범위 내에서 허용된다. 국가이념을 부정하는 예술활동은 혹세무민(惑世誣民)이고 모반(謀叛)이며 간첩죄를 구성할 뿐이다.

바다가 두려운 것은 수면 아래를 모르기 때문이다. 신뢰는 예측 가능성에서 나온다. 예컨대 자식이 부모를 신뢰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건 부모의 행동이 예측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통사람은 속내를 보이지 않는 자에게 곁을 주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오히려 경계의 대상이다. 꿍꿍이를 꼭꼭 감춘 지도자를 바라보는 국민의 삶은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두렵다.

sgp@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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