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때부터 15년간 한국에 살았던 나는 귀국 후 20년 만에 디즈니랜드를 찾았다. 그날은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디즈니랜드 모습이 20년 전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놀이기구, 건물 외벽, 신델레라성, 기념품 샵 지붕, 그리고 바닥까지… 녹슬지도, 먼지가 쌓이지도, 낡지도 않아 20년전처럼 깨끗했다. 한국에서도 자주 들었던 ‘일본 사람들은 물건을 깨끗하게 오래 잘 쓴다’는 말이 생각이 나 약간 식상한 놀라움을 느꼈다.

디즈니랜드에 오래 근무한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친구말로는 디즈니랜드는 밤에 문을 닫고 나서 매일 안전 점검과 보수 작업, 청소를 한다고 한다. 빗자국이 남지 않게 건물 외벽 등을 철저히 닦고, 바닥에 깨진 타일은 매일 교체한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이 넘어져 크게 다칠까봐 매일 바닥을 물로 씻어 바닥에 있는 모래와 돌을 제거한다고도 한다. 일주일에 한 번도 아니고 이런 작업을 매일 한다는 데 한 번 놀랐다. 세밀한 체계로 관리되고, 직원들은 이를 몇 십년 동안 지켜왔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디즈니랜드에 대한 놀라움과 신기함에 푹 빠져, 첫 방문 후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찾게 되었다. 지난 번에는 20년전 그대로인 것에 놀랐다면, 이번에는 3개월전과 다른 새로운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 식당 메뉴, 기념품, 파크 내 장식과 음악, 쇼 내용 등 계절에 맞춰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디즈니랜드는 언제 방문해도 ‘추억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아이들 못지 않게 어른들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 후 아주 빈번히 디즈니랜드를 찾게 되었지만 10월 초 도쿄 지역에 지진 경보가 울린 다음 날 방문은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혹시나 해서 기사를 찾아봤다. 디즈니랜드에서는 ‘방문객 10만명, 진도6’ 지진이 발생한 경우를 설정해서 고객의 안전을 지키며 심리적인 면까지 배려한 훈련을 연간 무려 180번이나 실시하고 있다고 하는 게 아닌가! 동일본 대지진 당시 디즈니랜드 직원들의 훌륭했던 대응은 일본 내에서도 매우 유명하다. 오히려 집에 있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하는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다음 날 방문을 망설일 필요는 일절 없다고 느꼈다.

디즈니랜드의 이런 매뉴얼은 상술이면 상술이다. 그런데 이렇게 철저하게 고객의 안전을 지켜주고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상술은 ‘기술’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고객들은 그런 기술에 기꺼이 돈을 내고 오늘도 철저하게 준비되고 연출된 꿈의 나라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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