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
김세원

며칠 전 9명이 있는 대학 여자 동기 단톡방에서 한 명이 나갔다. 마지막 유세 때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후보의 유세 무대 뒤에는 ‘PRESIDENT(호텔)’란 네온사인이 보이고 청계광장에서 열린 이재명 후보의 유세 무대옆 전광판에 ‘일장춘몽’영화포스터가 나오는 사진을 나란히 올린 뒤였다. 친구끼리 같이 웃자고 올린 사진이었는데 오랫만에 재회한 옛친구를 쫓아낸 것 같아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지 열이틀이 지났는데 세상은 아직 뒤숭숭하다. 이번 대선은 역대 어느 대통령 선거보다도 치열하고 아슬아슬했다. 0.73%포인트 차이가 당락을 갈랐다. 당선된 후보와 낙선한 후보 간 표 차이(24만 7077표)가 역사상 가장 적어서 그런지 마음이 개운하지 않다는 사람이 많다. 진 쪽은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거나 억울하고 답답해 한다. 초박빙으로 승리하다보니 이긴 쪽에서도 찜찜하고 진 쪽의 보복이 걱정돼 맘놓고 환호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사실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역과 세대, 성별간의 충돌이 격화된지는 오래되었다. 정치가 화제에 오르면 상대방이 나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눈치부터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영국의 배팅사이트는 한국 대선의 배팅결과를 발표했는데 정작 한국에선 이번 대선 결과를 놓고 ‘내기’를 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30년지기 친구나 가족, 친척이라도 지지 후보가 다른 것을 확인하는 순간 불구대천 원수가 될 것 같아서다.

선거 후유증은 이긴 쪽이든 진 쪽이든 모두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을 방해한다.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이 당선되면 내 삶이 성공한 것 같고 낙선하면 실패한 것같이 느껴진다. 우리는 정치를 통해 삶이 달라지기를 원한다. 그런데 나의 삶을 이끌어가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이제는 삶의 방향성을 정치에서 생활로 돌려놓아야 한다. 어느새 우리 곁으로 훌쩍 다가온 봄, 분열의 시간을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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