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지방선거] ①광역

출범 한 달 안 된 윤석열 정부 성패 가늠할 중요한 선거
국민의 힘, 서울과 부산 재보선·대선 승리 뒷심 발휘 주목
17곳 중 과반 9곳 승리해야 尹 정부 국정 동력 뒷받침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70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6월 1일 열리는 이 선거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선거다. 향후 윤석열 정부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선거이기도 하다. 특히나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 후 석 달도 지나기 전에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민심의 확실한 향방을 알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두 번의 지방선거에서는 모두 여당이 승리했다. 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진 2018년 6월 제 7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석 중 14석, 기초단체장 226석 중 151석을 쓸어담으며 ‘KO승’을 거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진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이 광역단체장 17석 중 8석만 차지했지만 기초단체장 226석 중 117석을 차지하며 ‘진땀승’을 거뒀다.

기초지자체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정치적 상징성은 역시 광역지자체가 더욱 크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17개의 광역·특별지자체 중 과반인 9개 지역을 어느 쪽에서 승리하느냐에 따라 승패에 대한 평가가 갈리게 될 전망이다.

현재 17개의 광역·특별지자체장 자리 중 국민의힘은 4곳(서울·부산·대구·경북)을 차지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10곳(인천·전남·전북·광주·대전·강원·울산·충북·충남·세종)을 차지하고 있다. 경기·경남·제주는 공석이다.

이 중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은 원래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4·7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민의힘이 자리를 가져왔고, 경기지사와 제주지사는 각각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대선출마로 인해 공석이며 경남지사는 김경수 전 지사의 유죄판결로 인해 공석이다.

각 정당이 최근 5번의 지방선거에서 4회 이상 승리한 우세지역을 보면 국민의힘은 부산·대구·경북·경남·울산, 더불어민주당은 광주·전북·전남·강원·세종 등이다. 하지만 대구·경북(국민의힘), 광주·전북·전남(민주당) 정도를 제외하면 이번 선거에서도 확실하게 우세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지역은 없다. 이들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접전지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의 정치상황과 각 지역별 특성을 분석한 국민의힘 우세지역, 민주당 우세지역, 경합지역을 살펴보자.

◇국민의힘 우세지역 : 서울·부산·대구·경북·경남·울산

서울과 부산은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하고 이번 대선에서도 승리한 국민의힘이 유리한 상황이다.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의 지지도 역시 좋은 편이라 이들이 재선에 도전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 낼 후보 자체가 마땅치 않다. 서울시장에는 지난해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박영선 전 장관이 다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출마를 공식화 한 인물은 현재까지 박주민 의원 정도다.

대구와 경북은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진보정당 인물에게는 지자체장 자리를 허락한 적 없는 지역이라 국민의힘 압승이 예상된다.

경남과 울산은 모두 현 정권에서 당선된 사람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직을 잃거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받으면서 도지사직을 잃었다. 민주당으로서는 김두관 전 경남지사 이후 8년만에 어렵게 가져온 자리를 도로 보수정당에게 내줄 판이다.

울산시 역시 송철호 현 시장이 ‘울산시장 하명수사’ 사건에 연루된데다가 시장으로서의 평가가 좋지 않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처음으로 민주계 정당에서 나온 울산광역시장이지만 국민의힘 소속으로 3~5기 울산광역시장을 지냈던 박맹우 전 시장이 출마를 공식화하며 국민의힘이 울산시장직을 되찾아 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민주당 우세지역 : 광주·전남·전북·세종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전라북도는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단 한번도 보수정당 인물이 지자체장을 차지한 적이 없다. 민주당의 ‘앞마당’이나 마찬가지인 지역인데다가 이번 대선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압도적인 몰표를 줘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이 계속해서 지자체장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변수는 있다. 조만간 진행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이다. 두 정당이 합당하게 되면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국민의당 인사들도 활동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세종특별자치시는 민주당 소속 현 이춘희 시장이 3선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직 시장과 정계 거물이라 인지도가 충분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충청권에서 유일하게 민주당이 앞선 지역이기도 하고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성선제 국제변호사 외에는 출마를 선언한 뚜렷한 인물이 없다.

◇경합지역 : 경기·인천·대전·강원·충북·충남·제주

사실상 위의 10개 지역을 제외한 7개 지역이 모두 경합지역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이번 지방선거 최대의 격전지역으로 꼽힌다. 이재명 전 지사의 도정 운영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았던데다가 이 전 지사를 대선후보로 내고 패배한 민주당으로서도 사활을 걸고 지켜내야 하는 곳이다. 반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손학규-김문수-남경필 등으로 이어지며 지켜왔던 경기도지사 자리를 16년만에 민주당에게 빼앗겼기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되찾아야 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인천시는 최근 3번의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시장이 없었다. 시장의 소속정당도 한나라당-민주당-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으로 달라졌다. 그만큼 양 당 사이의 경쟁도 치열한 곳이다. 박남춘 현 인천시장이 일찌감치 재선 도전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시정운영 평가는 좋지 않은 편이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 유정복 전 인천시장, 이학재 전 의원 등이 도전의사를 밝히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 대선에서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 곳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전에서 49.55%의 득표율로 46.44%의 이재명 후보를 따돌렸다. 2020년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석 7개를 모두 가져갔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윤 당선인이 대전 모든 지역에서 우세를 점했다. 이런 분위기를 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다소 우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 대전 동구청장을 지낸 이장우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대덕구청장을 지낸 정용기 전 의원도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인 허태정 현 시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재선 도전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대전에서도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강원도는 민주당 소속 최문순 현 지사가 3선 연임을 채웠기 때문에 자동으로 불출마한다. ‘무주공산’이 된 강원도지사 자리를 차지하려는 양 당이 치열한 접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 내에서는 강원도지사 경력이 있는 이광재 의원(원주 갑)의 출마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원창묵 원주시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춘천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진태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있다. 춘천에서 2번의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지역구 관리에 상당히 신경을 썼고 도 내 여론도 나쁘지 않다. 지역 내 기반이 탄탄한 인물들끼리의 대결이 예상되는 만큼 경합지역이 될 전망이다.

충북도 민주당 소속 이시종 현 지사가 3선 연임을 채워 자동 불출마한다. 민주당으로서는 새 얼굴 발굴이 필요한 상황. 충북 출신인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인지도가 높고 여론도 좋은 편이라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도 지난 12일 당 지역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으며 출마 준비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난 대선 전까지만 해도 정우택 의원이 유력하게 충북지사 후보로 거론됐으나 대선과 함께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청주 상당구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후보군에서 빠졌다. 대신 충북 지역 내 기반이 탄탄한 박덕흠 의원이 거론되고 있으며, 역시 충북 제천 출신인 이혜훈 전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인물의 인지도에서 유리함을 가진 민주당과, 후보의 지역 기반 및 대선 분위기를 탄 국민의힘 사이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충남은 민주당 소속 양승조 현 지사가 재선에 도전할 것이 유력하다. 도정 운영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논산시장을 3연임한 황명선 전 논산시장도 충북지사에 도전을 선언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당진을 지역구로 국회의원을 지낸 김동완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이 현직 지사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데다가 인물 인지도에서도 우위에 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6%p넘는 득표율로 앞서나갔던 지역인만큼 대선 여세를 등에 업은 국민의힘에서도 해볼만한 지역이 충남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혼전 지역이다. 이미 재선까지 한 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전 지사가 대선에 출마하며 직을 내려놓았는데, 본인은 다시 출마할 의지가 그다지 크지 않다. 여야를 막론하고 새 얼굴들의 경합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에서는 문성유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정은석 전 한국노총 국민은행 지회장, 부임춘 제주신문 대표이사 등이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는 문대림 전 JDC 이사장, 제주시 을 지역구의 오영훈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모두 지자체장 선거에는 첫 도전인 인물들이라 뚜렷한 우세를 점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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