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깃발'작전 펼치고 있다 주장...사이버공격 가능성도 함께 경고

러시아군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한 산업단지에서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22일 공개된 동영상 캡처). /로이터=연합
러시아군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한 산업단지에서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22일 공개된 동영상 캡처). /로이터=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이어 생화학무기 공격를 고려 중이라고 경고했다. 소형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최고경영자(CEO) 분기 미팅에서 "궁지에 몰린 푸틴(Putin’s back is against the wall)이 미국 주도로 생산된 생화학무기가 우크라이나 정부 측의 손에 들려있다고 주장하면서 ‘가짜 깃발(false flag)’ 작전에 나서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도 "진전된 첩보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에선 실제 핵전쟁 위험에 대비해 회원국들에게 방사능 피폭 대비를 위한 장비 비축을 독려하는 방안이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러시아는 미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생화학 무기 실험실에 자금을 지원한다고 주장한다. 중국도 "러시아가 군사 작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생화학무기 실험을 위해 이 시설들을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에 가세한 상황이다.

또 러시아 외무부는 21일 바이든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부른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미-러 관계의 단절 위기"라며 존 설리번 주(駐)러시아 미국 대사를 초치했다.

한편 러시아군이 시민을 굶주리게 하는 수법으로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을 굴복시키려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항복하지 않는다면, 러시아는 사람들을 밖으로 못 나가게 하고 인도주의적 호송대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할 것"이란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날 러시아군이 보낸 최후통첩을 거부했다.

마리우폴은 3주째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을 받으며 포위된 채 물자공급이 끊긴 상태다.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점령할 경우 크림반도는 돈바스와 육지로 연결된다.

게다가 ‘네오나치’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되는 ‘아조프 대대(민병대)’의 근거지를 분쇄, 선전전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을 괴롭혀 온 게 ‘아조프 대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의 하나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와의 타협에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공표했다. 우크라이나의 중립화, EU(유럽연합) 및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비(非)가입이 러시아 요구 사항의 핵심이다.

나토의 동진을 ‘실존적 위협(existential threat)’으로 인식해 온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서방화를 고무시켜 온 미국(주로 민주당 리버럴과 공화당 국제주의자들)이 충돌한 현재, 3차 대전으로 비화할 것을 우려해 아무도 피흘려 도울 생각은 하지 않는다.

결국 이 모든 책임의 결과가 우크라이나에게 떠넘겨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일부 전문가들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러시아를 악마화할수록 ‘미중대립 완화’가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를 적절히 관리하려는 노력, 미 민주당과 우크라이나 특권층의 유착관계를 문제삼으려던 도널드 트러프 대통령의 시도는 2번의 탄핵으로 좌절된 바 있다. 그 후과(後果)가 현 사태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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