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도발 땐 침묵하더니 용산 이전엔 “안보 공백”
“올 11차례 NSC 한 차례만 참석한 文, 앞뒤가 안 맞는다”
반나절 만에 ‘협조’서 ‘거부’ 급선회…신구권력 또 충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대해 청와대가 ‘안보공백’을 이유로 제동을 걸자, 실질적 안보붕괴를 자초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에 가서야 안보를 핑계로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정에는 작은 공백도 있을 수 없다. 특히 국가 안보와 국민 경제, 국민 안전은 한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며 "우리 군이 최고의 안보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할 때다. 안보에 조그마한 불안 요인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옮기겠다는 윤 당선인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돌이켜보면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은 물론,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하는 ‘실제상황’에서도 별다른 대응을 보이지 않았던 현 정부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서는 안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올해 들어서만 북한은 방사포를 포함해 총 11차례의 무력 도발을 감행했다. 그때마다 모두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소집됐지만 문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단 한 차례 뿐이었다.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해 최고 안보책임자인 대통령이 거의 ‘방치’ 수준의 대응으로 일관한 셈이다. 지난 21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현안을 논의한 NSC에 참석한 것이 두 번째 참석이었다.

2020년 6월 16일 북한 측이 일방적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할 때도 NSC가 소집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고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회의를 주재했다. 폭파 다음날인 17일 청와대는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명의로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김여정의 독단적인 특사 파견 제의 공개 행위가 몰상식한 행위, 남북 간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놓는 데 그쳤다. 어디에도 문 대통령의 단호한 대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정부 들어서만 세 차례나 남북정상회담을 가졌고 북한에 대해 공격적인 메시지를 내는 것을 자제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오히려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악화됐는데, 이제 와서 안보공백을 이유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반대한다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 측의 입장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문재인 청와대와 민주당의 새 정부 출발 방해 행위가 체계적으로, 톱니바퀴처럼 행해지고 있다"며 "5년 내내 북한 비위 맞추던 정권이 대통령 집무실 옮기는 비용 496억원을 안보 핑계 삼아 국무회의에 상정조차 방해하는 심보는 무슨 의도인가. 터무니없는 생트집으로 새 정부 출발을 포박하지 말라"고 말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안보 공백을 넘어 안보 붕괴 상황에서도 대통령 주재로 NSC를 열지도 않았던 정권이 무슨 염치로 안보 위기를 핑계로, 그것도 5년 전 스스로 국민 앞에 했던 약속을 부정하는가"라고 질타했다.

허 대변인은 "새해 벽두부터 반복되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도 한 번도 도발이라 말하지 못하고, 우리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눈앞에서 폭파되어도 사과조차 받아내지 못하고, 북한으로부터 온갖 모욕적인 욕설을 듣고도 침묵하던 이 정권이 할 말은 아닌 듯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윤 당선인은 청와대가 계속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협조를 거부할 경우, 정부 출범 직후 통의동에서 집무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21일 NSC 회의를 계기로 정권 이양 국면이 급속리 경색되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청와대 회동도 성사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당장 주중에 만날 수도 있나’는 질문에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하며 저희도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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