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딜레마··· 美北 사이에 갇힌 文 대통령
비핵화 딜레마··· 美北 사이에 갇힌 文 대통령
  • 최영재 기자
  • 승인 2018.0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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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를 놓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오는 27일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선언’ 채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를 압박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단계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김정은 사이에 끼어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3일 ‘미국과의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협의 여부’에 대해서 “아직 그 단계까지 안 갔다"며 "북미가 다양한 협상안을 준비하겠지만 우리는 나름의 방안을 준비하는 것이고 필요하면 양측과 협의해 중재·조정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존 볼튼 신임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과도 이 문제와 관련해 협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달 30일에는 북한에 ‘리비아식 비핵화’를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북한의 최근 태도 변화를 일방적 핵포기 의사로 받아들이는 일부의 인식이 성급한 것이라는 경계의 뜻과 함께 향후 벌어질 비핵화 협상은 매우 힘들고 긴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설명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핵 문제가 25년째인데 TV 코드를 뽑으면 TV가 꺼지듯이 일괄타결 선언을 하면 비핵화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검증과 핵폐기는 순차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세하게 잘라서 조금씩 밟아나갔던 것이 지난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두 정상이 선언을 함으로써 큰 뚜껑을 씌우고 그다음에 실무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북한에 ‘완전하고도 검증이 가능한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하고 있다. 5월로 예정된 첫 미북정상회담에서도 일괄타결을 압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마크 내퍼 주한미국 대리대사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북한과) 만나는 것은 CVID를 위해서”이며 “이것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청와대도 지난달까지만 해도 일괄타결에 자신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김정은이 지난 달 26일 중국 시진핑과 회담을 한 뒤 한미가 ‘단계적으로 보조를 맞추는 조치’를 취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형세가 변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협의한 지난 달 29일 남북각료급회담에서는 비핵화를 포함한 의제가 정리되지 못했다. 청와대는 “비핵화 로드맵은 북미가 만드는 것”이라며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한미가 원칙적으로 합의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의 서명을 “북한과의 (비핵화) 교섭 타결 후로 보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FTA를 방패로 문 대통령이 비핵화와 관련해서 북한과 중국의 입장인 ‘단계적 조치’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sopulg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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