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이인철

대선 후 우리 사회의 분열 배경에 미디어 편향이 있다. 양편이 근소한 표차로 갈라진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속해있는 카톡방이나 밴드, 포털 카페에서는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가졌기에 압도적으로 우리 주장이 옳다는 결론이 예상되었다.

나의 미디어는 우리만의 생각을 키운다. 아이돌 팬클럽이 그들만의 굿즈를 구입해서 팬이라는 자격을 증명하듯,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을 구해 내 생각은 맞고 세상이 틀리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오늘날 미디어 소비의 양상이다.

사람은 인식 가능하고 수용 가능한 정보만을 받아들이기에, 미디어는 정보를 이해하기 쉬운 것으로 가공해서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미디어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뉴스 소비자는 미디어가 제공하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워싱턴 D.C. 뉴스박물관 벽면의 "미국인은 TV가 보여주지 않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는 문장은 미디어 소비자와 미디어 관계를 잘 설명해 준다. 미디어로 인해 현실을 잘못 이해함은 물론 중요한 선택을 그르칠 수 있다.

의도적으로 듣고 싶고, 보고 싶은 정보에만 빠져있는 경우는 문제가 더 크다, 듣고 싶은 것을 듣고 보고 싶은 정보를 쉽게 볼 수 있다면 에코챔버(echo chamber)에 갇힌 것이 아닌지 의심해 보자. 취미생활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나 경제현실과 같은 정보를 얻는 경우라면 그 곳에서 벗어나자.

어느 경우나 중독은 해롭다. 인생은 듣기 싫은 소리도 들으며 함께 살아가면서,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이다. 다른 소리가 들리고 새로운 경치가 눈에 들어오며 향긋한 봄의 냄새가 있는 들판이라는 현실로 나가자. 통합은 미디어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현실을 마주하는 것에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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