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광주
손광주

정부 대북정책의 성공· 실패를 가르는 기준이 있는가? 뚜렷이 있다. 최우선 과제는 정전협정과 한반도의 평화상태가 깨지지 않도록 북한을 군사적으로 억지(抑止)하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평화상태 유지는 북핵문제가 관건이다. 다음은 북한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인권 개선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 북한의 개혁과 대외개방을 추동하고 북한정권이 국제규범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은 체제의 변화다. 북한정권과 노동당에 변화가 일어나도록 정부의 대북정책이 얼마나 영향을 주었느냐다. 북한의 통치 시스템이 수령 1인 인치(人治)에서 당치(黨治)로, 당치에서 법치(法治)로, 민주화로 이행해야 평화통일로 가는 좁은 길이라도 열리는 것이다. 지금은 북핵·북한인권이 유엔안보리의 양대 한반도 이슈가 되어 있다. 여기에서 성과가 있느냐, 없느냐가 대북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이 된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북핵문제는 어설픈 미·북 중재외교에 나섰다가 하노이에서 좌초했고, 지금은 되지도 않을 종전선언에 목을 매고 있다. 대북정책 첫 단추부터 잘못되었다. 2018년 3월 정의용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이 김정은을 만나고 돌아와,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한국 국민과 동맹국 미국을 속인 혐의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리 없고 ‘조선반도 비핵화’를 말했을 텐데, 이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유엔 대북제재 해제→유엔사 해체·주한미군 철수(종전선언·평화협정)으로 가는 수순을 말한다.

그럼에도 문 정부는 위험한 ‘중재 외교’를 계속했고, 김정은은 문 정부를 믿고 노후화된 영변 단지를 싼값에 미국에 던져주고 대북제재 해제를 받아내려다 실패한 것이다. 후과(後果)는 엄청났다. 하노이에서 밤열차에 몸을 싣고 평양으로 돌아간 김정은은 문 대통령에게 ‘삶은 소***’ 비난을 퍼붓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개성·금강산관광지구 남한자산 압류·해체, 서해 NLL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소각 등 온갖 야만적 행위로 분풀이를 했다.

특히 문 정부는 노무현 때의 ‘북한인권 무관심 정책’에서 퇴보하여 북한인권 탄압정책으로 일관했다.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에 동해로 귀순한 북한 어부 2명을 강제북송 하는 등 헌법·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대법원 판례·국제고문방지협약을 위반했다. 이같은 반헌법·반민족·반민주적 범죄 행위는 사법당국에서 반드시 그 죄를 물어야 할 것이다. 역대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은, 비록 그 공과(功過)의 차이는 있지만,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고 주민들의 삶과 인권을 개선하며 평화통일로 한걸음이라도 다가가려 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 반대다. 북한정권과 결탁하여 김정은 세습독재를 국제사회에 정당화해주고, 수령의 노예로 살아가는 북한주민들을 탄압하는 데 동참했다. 1948년 건국 이후 역대 정부에서 이런 경우는 없다. 그 이유가 뭘까. 문 정부가 처음부터 북한의 대남전략에 말려들었기 때문이다.

대북전략 제1조는 우리의 강점으로 상대의 가장 약한 고리를 집중 공략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최대 강점은 한미일 동맹·협력의 힘과 ‘자유민주주의 그 자체’다. 북한정권의 약한 고리는 자유와 인권, 정보자유화다. 차기 정부 대북정책 방향은 명약관화하다. 첫째, 한미일 동맹·협력의 힘으로 북한 군사도발을 완전히 억지(抑止)한다. 둘째, 북한인권 국제협력·정보자유화로 세습수령독재의 기초를 허문다. 어느 젊은 탈북자의 말이 우리의 이정표가 될 듯하다. "지금 북한주민들이 절실히 원하는 것은 초코파이가 아니라 ‘와이파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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