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AP=연합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AP=연합

미국 정부가 유럽연합(EU)과 일본에 이어 영국과도 철강제품 관련 관세 협상에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면 한국산(産) 철강의 수출 물량 제한과 관련한 한미 협상은 아직 시작도 못한 상태다.

미국과 영국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영국산 철강 제품 연간 50만t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적용하기로 합의해 이르면 이날 중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은 미국산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버번 위스키·리바이스 청바지 등에 부과한 보복 관세를 철회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2018년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무역확장법 232조가 적용돼,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게 했다.

당시 철강 제품에 25%·알루미늄 제품에 10%의 고율 관세를 각각 부과했으며, 우리나라에 대해선 관세를 면제하는 대신 연간 대미 철강 수출물량을 3년(2015~2017) 평균의 70%로 제한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트럼프표 철강관세 철폐’를 주도하며, 동맹국에 경제적 혜택을 주고 있다.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방문에 맞춰 보복 관세 철회를 조건으로, EU와 역내 철강 제품에 저율할당관세(TRQ) 방식을 적용하는 합의를 발표했다.

TRQ는 정부가 허용한 일정 물량에 대해서는 저율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넘어서는 물량에는 기준 관세를 적용하는 제도로, 430만t의 유럽산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됐다. 지난달엔 일본과도 유사한 방식을 적용, 오는 4월부터 일본산 철강 제품 중 연간 125만t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고 이를 넘어서는 물량에는 25%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미국은 철강 관세 철폐를 통해 EU와 일본 등 동맹과 유대를 강화하며 중국을 고립시키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과잉 생산이라는 공동의 도전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합의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발표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미국과 EU가 중국산 철강 제품이 미국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법 집행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6일 SK실트론 미시간 공장 증설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과의 철강관세 협상 개시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이다.

타이 대표는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관세 조치에서 실제로 제일 먼저 혜택을 확보한 국가 중 하나가 한국이다", "한국은 이미 다른 많은 나라들보다 나은 위치에 있다. 수혜국이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상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협상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발언하는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0주년 기념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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