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강량

근대국가 (Nation-State) 건설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나시옹’ (Nation)은 민족으로 번역되기도 하고 국민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일본의 명치철학자였던 후쿠자와 유기치조차도 계몽주의철학자 루소가 강조했던 ‘나시옹’에 대해 제대로 된 이해를 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근대독일의 족민 (Folk) 개념이 합쳐지면서, ‘나시옹’은 피를 나눈 혈족적 민족이란 개념으로 한중일 3국에 전파되었다. 자유민주주의를

정착시킨 한국의 경우 ‘나시옹’은 당연히 ‘국민’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하지만 5천년 역사에 빛나는 한민족이란 전대미문의 혈족적 신화와 혈연지연, 가족 중심의 유교적 습속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은 ‘나시옹’에 대한 이해가 불분명하다.

반면 국제주의를 포기하고 굴절된 공산주의사상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은 이 ‘나시옹’을 철저하게 한반도 공산화를 위한 통일전선전술의 일환으로 사용하고 있다. 북한은 5천년 한민족 단군의 자손이 바로 김일성민족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그 정통성은 백두혈통이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허위의식이든 신화든지 간에, 현재 한반도에는 3가지 민족이 공존하고 있다. 하나는 북쪽의 김일성민족이다. 두번째는 남쪽의 자유민주주의민족이다. 나머지는 남쪽에서 북쪽을 앙망하는 얼치기 김일성민족이다.

‘나시옹’은 신을 향한 신앙처럼 그 어떤 체제에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강철같은 결속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자유주의자 밀(John S. Mill) 조차도 만약 한 지역 내에서 두 개의 ‘나시옹’이 존재한다면, 이들은 통합하지 말고 서로 헤어지는 것이 자신들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 좋다고 강조했던 바 있다.

그만큼 ‘나시옹’에 대한 집착은 신앙처럼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현재 한반도에서는 3종류의 신들이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서로 간의 내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 민족을 이끌어야 할 문정권은 북쪽을 앙망하는 주사파 위정자들로 구성된 얼치기 김일성민족이다. 이를 애써 속이고 있을 뿐이다.

미국방장관이 한미안보협력회의 (SCM)을 위해 서울에 와있는 상태에서 미국 보란 듯이 서훈 NSC처장이 중국 텐진으로 가 양체츠 국무위원과 종전선언을 논의하고 왔다. 미국이 종전선언을 에둘러 기피하는 줄 알면서도, 문대통령은 시종일관 종전선언을 밀어붙이고 있다.

문제는 정신 나간 자유민주주의 민족의 67% 정도가 종전선언을 찬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론도 국민들도 종전선언 내용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그래서 문정권은 진행과정만을 강조하며 아리송한 거짓말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문정권의 자살정책으로 벼락거지가된 하위20%의 자유민주주의민족은 문정권의 돈푸는 요술피리만 들으려고 한다. 수많은 이익카르텔들은 이미 문정권과 생명공동체가 된 지 오래다. 이 상황에서 미국을 패싱하고 대선전에 한-중-북 3자간 종전선언을 해버리면, 여당후보의 대선지지율이 3-4%정도 올라간다는 것이 여론분석가들의 일반론이다.

대선판도가 백중세로 이어진다면 종전선언 행위가 야당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현재 한-중-북 3자간의 합의는 이미 다 끝난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윤석열후보는 자유민주주의민족과 함께 목숨 걸고 문정권이 의도하는 종전선언 시나리오를 지금 막아서야 한다. 시간을 놓치면, 문대통령이 동양의 마키아벨리를 능가하는 위대한 군주가 되는 희한한 꼴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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