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피해 보상을 지원하기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16조9000억원의 1차 추경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는 모습. /연합
코로나19 피해 보상을 지원하기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16조9000억원의 1차 추경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는 모습. /연합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코로나19 피해 보상을 지원하기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2일 인수위원회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면서 신속 추진을 주문한 것이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4월 추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만큼 2차 추경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 영업제한 규제 강도와 피해 정도에 비례해 소상공인에 최대 5000만원을 지원하되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행정자료를 근거로 지원액

절반을 선(先) 보상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또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기존 대출금 만기를 충분한 정도로 연장하고, 세금·공과금·임대료·인건비 등 세제 지원과 저리 대출 등 금융 지원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뿐만 아니다. 소액 채무 원금을 90%까지 탕감해주는 방식의 긴급구제식 채무 재조정도 약속했다. 아울러 1차 추경을 통해 매출 감소 소상공인·소기업 332만 곳에 지급된 300만원의 방역지원금이 불충분하다고 보고 600만원을 추가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추경 규모가 50조원이다.

윤 당선인은 재량지출 가운데 30조원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초과세수·기금여유분·예비비 등 가용재원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재량지출이란 정부의 총지출에서 의무지출을 제외한 것으로 정책적 의지에 따라 대상과 규모를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는 예산을 말한다. 한마디로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올해 예산 607조6000억원 가운데 재량지출은 304조4000억원 규모다. 하지만 이중에는 공무원 인건비 42조6000억원과 국방비 40조7000억원 등 손 대기 어려운 경직성 예산이 대부분이다. 지출 구조조정이 가능한 예산은 넉넉히 잡아도 200조원 안팎이다. 여기에서 15%에 해당하는 지출을 삭감해야 추경에 필요한 30조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본예산 편성 때 모든 사업을 펼쳐놓고 구조조정을 해도 10조원 이상 깎기 어려운데, 추경을 위해 30조원을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가용재원 활용 역시 쉽지 않다. 이미 지난 1차 추경에서 상당 부분 끌어다 썼기 때문이다.

결국 적자국채 발행 밖에는 이렇다 할 방도가 없는 셈이다. 문제는 적자국채 발행이 국가채무 증가는 물론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등 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경제는 물가만 치솟고 경기는 가라앉는 스태그플레이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적자국채 발행으로 뭉칫돈이 시장에 유입되면 늘어난 유동성이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할 것은 명약관화다. 자칫 새 정부는 대척점에 있는 ‘돈 풀기’와 ‘물가 잡기’를 모두 해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국채 금리는 가파르게 뛰고 있다. 국채 가격이 급락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와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22일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7.7bp(1bp=0.01%포인트) 치솟은 연 2.345%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6bp 상승한 2.801%까지 올랐다. 국채 10년물 금리가 2.8%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8년 5월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는 주식을 던지고 채권을 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151조5080억원이던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채권 보유액은 지난달 221조9410억원으로 늘어나며 14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는 중국 등 다른 신흥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자금이 국채 수요를 늘린 것도 요인이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가 올라 한국과의 차이가 좁혀지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채권 선호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2분기까지 채권시장의 약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년물 국채 금리를 2.5%, 10년물 국채 금리를 2.95%까지 올려잡는 시각도 많아졌다.

윤 당선인의 공약을 보면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확대하면서 감세도 하고, 국가채무 비율까지 올리지 않겠다고 한다. 이는 재정 트릴레마, 즉 3가지 딜레마다. 높은 복지

수준, 낮은 조세 부담, 적은 국가채무라는 3가지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