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어령 신앙고백서 ‘먹다 듣다 걷다’ 출간

故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남긴 신앙 고백서 ‘먹다 듣다 걷다’(두란노) 표지. /교보문고

지난달 별세한 고(故) 이어령(1933~2022) 초대 문화부 장관이 남긴 신앙고백서 ‘먹다 듣다 걷다’(두란노서원)가 나왔다. ‘기독교의 사회적 역할’과 ‘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이라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집필됐다(1부 먹다, 2부 듣다, 3부 걷다).

"먹는 것도 먹지 않는 것도 하나님을 위한 것이라야 한다"며, 저자는 "어릴때부터 밥을 먹으면서 감사할 줄 알게 하는 것이 교회에서 해야 할 진정한 복지의 시작"임을 일깨운다. 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역동성"을 강조하며, 세 가지 동사(먹다·듣다·걷다)를 기독교의 정체성으로 제시했다.

한국 교회가 할 일을 ‘3가지 동사’로 풀어낸 이유를 보자. 저자에 따르면 이제까지 기독교가 이야기한 것은 존재론적인 관점, ‘영생’ ‘세상의 빛과 소금’ 등 명사 위주였다. "하지만 예수님은 인간 가운데 우리의 일상 현실 속으로 성(成)육신하시고 그로써 역사의 일부가 되셨다. 한마디로 예수님의 생애는 대단히 역동적인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예수님의 존재와 가르침을 압축적인 명사로 규정하게 되면 도덕적 덕목으로 축소되기 쉽다. 이를 동사로 받아들여 모든 생명체에 적용가능한 구체적 실질적 역동성을 얻어야 한다. 초월자이신 하나님이 인간과 같아지시기 위해 먹고 듣고 걷는 행위로 뛰어드셨는데, 인간이 이를 다시 추상화할 필요가 없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기독교가 이 사회에 무엇을 먹이고 무엇을 소통하며 무엇을 함께 해야 하는지 고민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고인의 미(未)출간 저작들이 앞으로도 이어질 예정이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거시기 머시기>(3월30일 출고예정) <지성에서 영성으로>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생명이 자본이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디지로그> <젊음의 탄생> <메멘토 모리> 등등 고인의 말년 작품들은, 그가 ‘최고 석학’ ‘무신론적 인문학자’였던 시대와 다른 차원의 지성을 느끼게 한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열림원)은 지난 달부터 인터넷서점 베스트셀러 순위 최상위권(2위)을 유지하고 있다. 

교보문고·예스24 등 인터넷서점 종합-일간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이어령의 저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표지. /교보문고
지난달 별세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충남 아산에서 출생(1993년)한 고인은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대표 석학이자 우리 시대 최고 지성으로 불렸다. 문화부 초대 장관(1990~1991)이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기도 했다. /연합
지난달 별세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충남 아산에서 출생(1993년)한 고인은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대표 석학이자 우리 시대 최고 지성으로 불렸다. 문화부 초대 장관(1990~1991)이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기도 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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