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은 무척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24일 삼성서울병원을 떠나 경북 달성으로 돌아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사 첫 마디였다. 소박하다. 그러나 가슴을 치는 절절함이 배어 있다.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탄핵에 이어 구속까지. 다시 있어서는 안될 한국 정치사의 참극을 온몸으로 감당했던 그가 달리 어떤 표현을 더 할 수 있겠는가? 그 한마디만으로도 종북·부패좌파 정권 5년 동안 고통을 겪었던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 말뿐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더 이상 아픈 세월을 뒤돌아보지 않았다. 앞날에 대해서만 말했다. 그는 달성을 "마음의 고향" "정치고향"이라고 불렀다. 자신을 4선 정치인으로 키워 준 고마움을 각별히 표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으로서 이루지 못한 꿈이 있습니다"며 "좋은 인재들이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작으나마 힘을 보태겠습니다"고 말했다.

정치고향으로 돌아가자마자 정치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 선거에 나설 측근 등을 직·간접으로 돕겠다는 뜻이다. 새 정권에 대한 강력한 신호다. 윤석열 당선인이 방문하려 할 경우 흔쾌하게 받아들일지 의문을 갖게 한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에 다시 나설 경우 어떤 방법을 택할지는 당장 예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의 재등장으로 장래 여권은 소용돌이가 칠 것이다. 정치세력 ‘친박’은 상당 부분 살아있다. 지지세도 만만치 않다. 지방선거를 앞둔 공천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여차하면 새로운 정당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의지를 함부로 비판키는 어렵다. 탄핵·구속수사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뜨겁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를 재개한다면 박 전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아니었음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가혹했던 비판을 억울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심각한 실정과 소통부재가 있었다. "견디기 힘든 시간"에 대한 연민·동정이 ‘정치인 박근혜’에 대한 신뢰·지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가 한풀이 정치여서는 안 된다. 분열의 정치여서도 안 된다. 국민들은 감동을 얻는 새 정치를 기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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