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대외 불확실성으로 증시가 침체 양상을 보이면서 IPO 추진 기업들의 공모 철회나 상장 연기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월 18일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 모습. /연합
올들어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대외 불확실성으로 증시가 침체 양상을 보이면서 IPO 추진 기업들의 공모 철회나 상장 연기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월 18일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 모습. /연합

증시가 침체 양상을 보이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올들어 IPO 추진 기업들의 공모 철회가 속출하고 있는 데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역시 희망 범위보다 낮은 가격에 결정된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다음달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기업은 실감형 콘텐츠 제작업체 포바이포가 유일하다. ‘보릿고개’인 셈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IPO 시장은 초호황을 누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9개 기업이 IPO로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모은 자금은 19조7084억원에 달한다. 이는 70개 기업이 4조5426억원을 모은 2020년과 비교해 333.9%나 늘어난 것이다. 코스피는 14개, 코스닥은 75개 기업으로 공모금액은 각각 16조3658억원과 3조3426억원이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은 평균 1193대 1로 2020년의 871대 1보다 훨씬 높았고, 일반투자자의 청약 경쟁률 역시 1136대 1로 2020년의 956대 1보다 더욱 치열했다. 일반투자자의 청약증거금은 784조원으로 전년의 342조원 대비 2배가 넘었다.

공모가 대비 상장일 종가 수익률은 평균 57.4%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15개사는 상장일 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가격 제한폭까지 올라 마감하는 속칭 ‘따상’을 기록했다.

올들어 지난 1월까지만 해도 LG에너지솔루션이 공모금액 12조8000억원, 상장 시가총액 70조5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에 이은 호황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증시가 침체 양상을 보이면서 IPO 추진 기업들의 공모 철회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약물 설계 전문업체 보로노이는 지난 22일 금융감독원에 공모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당초 보로노이는 오는 30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14~15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공모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보로노이는 공모가 희망 범위를 주당 5만~6만5000원으로 제시했지만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기대에 못 미친 것이다.

보로노이는 유니콘 특례 1호 상장 타이틀로 주목을 받아왔다. 유니콘 특례 상장은 시가총액이 5000억원 이상인 기업에 한해 외부 전문평가기관 한 곳에서만 기술성 평가를 받으면 상장에 도전할 수 있는 제도다. 보로노이는 향후 상장에 재도전한다는 계획이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부진으로 공모를 철회한 기업은 올들어 보로노이를 포함해 세 번째다. 지난 1월에는 대어(大魚) 중 하나로 꼽힌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공모를 철회했고, 2월에는 신재생 에너지솔루션 기업인 대명에너지가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한국의약연구소, 파인메딕스, 미코세라믹스 등 코스닥 상장 준비 기업들은 예비심사 단계에서 심사 청구를 철회했다.

차일피일 상장을 미루는 기업들도 있다. 올 상반기 상장하겠다고 했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아직까지 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은 채 상장 시기를 6월 이후로 연기했다. 신선식품 판매 플랫폼인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도 당초 계획과 달리 이달 말에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공모가 역시 희망 범위보다 낮은 가격에 결정된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성의류 전문몰 공구우먼이 대표적이다. 공구우먼은 지난 7~8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이 57대 1에 그쳤다. 공모가를 희망 범위인 2만6000~3만1000원보다 낮은 2만원으로 결정한 공구우먼은 14~15일 진행한 일반투자자 청약에서도 올들어 두 번째로 낮은 7.54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올들어 공모가를 희망 범위 아래로 결정한 기업은 1분기에만 벌써 5곳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모두 합해 6곳만이 희망 범위보다 공모가가 낮았다.

일반적으로 IPO를 추진하는 기업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다. 이에 따라 IPO 일정을 완전히 접기보다 적정한 시기가 되면 다시 무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기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기관투자자와 일반투자자의 행보가 신중해지면서 ‘옥석 가리기’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