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다윗 왕'
'푸른 다윗 왕'

"모든 생명이 필연적으로 종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그것을 물들여야 합니다."

3월 28일, 오늘이 러시아 출신의 유대인 화가이자 판화가 마르크 샤갈(1887~1885)의 기일이다. 샤갈의 작품들은 몽환적이면서도 밝고 초현실주의적인 그림으로 유명하다. 특히 ‘성서 모티프’를 소재로 한 걸작 동판화를 많이 남겼다. 누구나 쉽게 좋아하고 다가가기 쉬워 애호가 층이 두텁다.

‘성서’라는 주제와 함께 샤갈의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푸른 다윗왕’ 등 작품들과 유화, 과슈를 포함한 19점의 명작과 대형 태피스트리 2점, 독일 소장품 등 샤갈의 오리지널 작품 총 220여점을 선보이고 있는 마이아트뮤지엄 샤갈 특별전(Chagall and the Bible)엔 매일 수많은 관람객으로 북적인다.

전시는 ‘샤갈의 모티프’ ‘성서의 백다섯 가지 장면’ ‘성서적 메시지’ ‘또 다른 빛을 향하여’ 등 총 4섹션으로 구성됐다. 샤갈은 제1차 세계대전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굵직한 세계사적 사건을 모두 겪어온 예술가다. 러시아에서 파리로, 파리에서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동하며 어려운 환경에서 작업을 이어간다.

파리에서 야수파·입체파 등 모더니즘 회화를 처음 접했던 샤갈이 에펠 탑, 노트르담 성당, 콩코르드 광장 등 파리의 주요 명소를 낭만적으로 그려낸 석판화를 ‘샤갈의 모티프’에서 감상할 수 있다. ‘파리를 향한 시선’ ‘세 명의 곡예사’ ‘파리의 환상’ ‘파리 위의 수탉’ 등이 나란히 걸려있다.

1930년 예루살렘의 첫 방문과 성서 삽화작업을 시작으로 샤갈은 ‘성서’라는 모티프를 적극적으로 탐구하게 된다. 2섹션에선 그가 직접 방문하고 수록한 예루살렘의 풍경 및 구약성서에서 선별된 베르브 판(Edition Verve) 105점의 장면들을 에칭(etching: 화학약품의 부식작용을 응용한 기법)으로 만든 ‘성서(The Bible)’ 연작을 만나볼 수 있다.

'강기슭에서의 부활'. /마이아트뮤지엄
'강기슭에서의 부활'. /마이아트뮤지엄

"예루살렘과 사페드에서 먼지 쌓인 천년 묵은 돌덩어리들을 바라보거나 예언자들 위에 또 다른 예언자들이 겹겹이 묻혀 있는 산 위에 서 있으면 세상 어디에서도 이처럼 애통할 수 없으며 동시에 이처럼 기쁠 수 없다."

샤갈의 말에서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에게 구약성서는 위대한  영감의 원천이었다. 본명 ‘모이셰(Moishe) 샤갈’ 또한 성서의 인물 ‘모세’에서 유래했다. 이스라엘의 해방을 이끈 종교적 민족적 지도자 ‘모세’가 샤갈의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1930년 후반부터 나치즘을 겪으며 샤갈의 그림은 급격히 어두워진다.

세 번째 섹션에선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유대인의 고난과 연결시킨 ‘탈출기 또는 탈출기의 배’ ‘인간창조’ ‘푸른 다윗왕’ ‘강기슭에서의 부활’ 등을 볼 수 있다. 마지막 섹션(또 다른 빛을 향하여)은 2차대전 종식 후 노년의 샤갈이 탐구한 ‘고향’ ‘화가로서 정체성’ ‘유대인의 운명’ 관련 시·잡화를 선보인다. 노쇠하지 않은 그의 예술적 열정과 인간미를 엿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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