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김정식

3월 26일 토요일. 비에 젖은 광화문 일대는 오랜만에 활기찬 모습이었다. 이 날 윤석열 당선인을 향한 좌파 성향 단체들의 촛불집회가 예고됨에 따라, 맞불집회 성격으로 대한문부터 대통령 인수위 근방까지 여러 단체가 나뉘어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거나 각 출신학교의 깃발을 들고 북을 치며 행진을 했다. 그 모습은 문재인 정권의 이념편향적 정책과 ‘조국 사태’ 등에 맞섰던 수많은 단체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외침처럼 느껴졌다. 문재인 정부에 쓴소리 하는 모든 세력이 ‘극우’라 매도되던 시기였음에도 용기내 할 말을 했던 반가운 얼굴들을 통해, 지난 5년간 광화문에 있었던 많은 일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정권이 교체되어 예전보다는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집회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며 다니다가, 성능 좋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연사의 찢어질 듯한 고함에 행인들이 깜짝 놀라 얼굴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순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촛불집회가 연사의 고함이나 북소리, 참가자들의 폭력적인 모습 때문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오히려 통기타 음악과 말없이 아롱거리는 촛불로 서정적인 모습을 연출했고, 대중은 TV 속에 담긴 짧은 집회 영상만으로도 그들에게 설득당했다. 이제 정권이 교체되어 광장 역시 ‘공수’가 바뀌게 된다. 감성을 자극해 대중을 설득하는 그들이 돌아온다는 의미이다. 아마 향후 5년 동안 온갖 꼬투리를 잡아 광화문과 용산 근처에서 집회와 시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졸속으로 처리된 탄핵부터 무도한 문재인 정권 시절까지, 수많은 보수 우파 집회 참가자들은 답답한 가슴을 내리치며 고함을 칠 수밖에 없었겠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집회가 주최자와 참가자들의 성토장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행인뿐 아니라 TV에 보도되는 집회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인물들도 진보의 위선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에, ‘헌법 전문가’를 자칭하며 국민을 현혹하던 개그맨에 맞서 국민에게 바른 말을 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광화문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벌이는 집회 역시 각 주최 측이 머리를 맞대고 상호 협력하여 같은 장소에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물론 단체마다 성격이 다르고 다소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의 말을 새겨야 할 때다. 앞으로도 제도권 정치세력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국민을 현혹하는 세력에게 일침을 가할 수 있는 진정한 ‘애국 세력’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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