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바토비 광산 광석처리시설. 광해광업공단 제공. /연합
암바토비 광산 광석처리시설. 광해광업공단 제공. /연합

우리나라의 해외자원 의존도는 93%로 연간 수입액만 국가 예산의 3분의 1에 달한다. 해외자원개발에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이명박 정부다.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150달러에 달했고, 철강 가격은 3배로 폭등했다. 세계 각국이 자원 확보에 힘을 기울이던 시절이었던 만큼 이명박 정부도 해외자원개발에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국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구(舊) 한국광물자원공사 부채 감축을 명분으로 해외자산 매각에 나섰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을 이유로 해외자산 매각을 추진했다. 해외자원개발을 정치적 영역으로 판단한 것이다.

해외자원개발은 국제 원자재 가격에 따라 부침이 심하다. 가격이 오르면 큰 이익을 얻지만 떨어지면 손해가 크다. 현재 시점만 기준으로 해외자원개발의 득실을 규정하는 것은 단견(短見)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 정부는 임기 초반 해외자원개발 백지화를 결정했다. 그리고는 광물자원공사가 소유한 26개 해외자산의 매각에 나섰다. 11개 해외자산은 매각이 마무리됐다.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니켈·코발트), 멕시코 볼레오 광산(동), 파나마 코브레파나마 광산(구리), 호주 와이옹 광산(유연탄) 등 15곳의 자산 매각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암바토비 광산과 코브레파나마 광산은 가치가 높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암바토비 광산은 원광 매장량이 1억4620만톤으로 지난 2014년부터 연간 니켈 3만3000∼4만7000톤, 코발트 3000톤 안팎을 생산하고 있다. 코브레파나마 광산의 경우 구리 매장량이 21억4300만톤에 달하며, 연간 35만톤의 구리가 생산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14일 주재한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매각을 결정했던 공기업의 해외자산도 공급망 측면에서 중요한 자산이라고 판단되면 매각의 적정성을 국익 차원에서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환경 변화를 고려해 해외자산을 살펴보자는 의미였을 뿐 매각 중단과 같은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문 대통령의 언급은 립서비스 차원인 셈이다.

28일 관세청의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의 월간 원자재 수입액은 317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3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원자재 수입액은 올해 1월에도 328억4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2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이어갔다. 196억1000만 달러를 기록한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원자재 수입액이 67.5%나 불어난 것이다. 지금은 다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고, 전기자동차 배터리 수요 폭증 등에서 보듯 과거보다 원자재 가치는 더 올라갔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우리나라의 원자재 수입 의존도보다 세계 각국의 자원 무기화를 더 우려하고 있다. 일례로 아시아 최대 자원 부국인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최근 전기자동차·이차전지 등에 반드시 필요한 보크사이트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내년부터는 구리 원광 수출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한국광해광업공단은 해외자산 매각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광해광업공단법상 업무 범위에 해외자원개발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광해광업공단은 지난해 9월 광해관리공단과 광물자원공사가 합병한 것으로 법에 적힌 공단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해외자산을 처분하는 것이다. 광해광업공단의 해외자산 매각을 멈추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광해광업공단의 재무구조도 문제다. 광해관리공단과 합병한 광물자원공사는 과거 해외자원개발 부실투자 논란에 휩싸이며 2016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부채 규모는 2020년 말 기준 6조7535억원에 달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24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업무 보고에서 "원자재 가격 폭등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심화하는 상황인 만큼 더 효과적인 공급망 관리체계를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공약집에서 "원자재 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글로벌 공급망 패러다임의 초점이 ‘효율성’에서 ‘안정성’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해외자산을 매각하는데 집중했던 기존 정책은 방향 선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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