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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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정숙씨.’ 2017년 5월 11일, 국민일보가 쓴 기사 제목이다. 외향적인 성격 때문에 문 지지자들이 김정숙 여사에게 붙여준 별명이란다. 정권 초기 김여사의 행보를 보면 그 말이 틀리진 않았다. 대통령과 함께 필리핀 순방을 갔을 땐 행사 도중 흘러나온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췄고, 라오스 공항에서 열린 환송식에선 대통령 앞에 서서 레드카펫을 걸었다.

하이라이트는 2020년 2월 있었던 영화 <기생충> 팀과의 만찬, 김여사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파안대소하는 장면은 그녀의 유쾌함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이런 걸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유쾌한 정숙씨’가 딱딱하기 짝이 없는 정치판에 긍정의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수 있으니 말이다. 안타깝게도 퇴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 김여사는 동네북 신세다. 지난 5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된 것일까?

첫째, 문재인 대통령의 무능이다. 영부인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대통령의 내조, 그래서 대통령이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영부인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다. 다들 알다시피 문대통령은 선거 때 발표한 공약 대부분을 지키지 못한데다, 조국 사태가 상징하듯 도덕적으로도 실패했다. 특히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대목은 김여사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으니,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둘째, 감성팔이의 후폭풍이다. 취임 초 청와대는 김여사가 얼마나 수수한 분인지를 강조했다. "머리 손질과 화장을 직접 하며, 해외 순방을 갈 때도 전속 미용사를 대동하지 않는다." 다음 기사는 한 술 더 뜬다. "청와대 측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10여 년간 즐겨 입던 옷을 다시 활용해 자주 입었다. 홈쇼핑, 기성복, 맞춤복을 다양하게 구입하고 필요하면 직접 수선도 해 입는다고 설명했다. 사진 속에 여러 번 입은 것으로 나온 흰색 정장은 모 홈쇼핑에서 구입한 10만원대 제품이다."

하지만 이랬던 김여사님이 코트 24벌, 롱재킷 30벌 등 수백 벌의 옷과 100여개의 장신구를 걸쳤는데, 하나하나가 다 명품인데다 자금 출처를 밝히라는 법원의 명령마저 거부한다면 배신감을 느끼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셋째, 인성은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다. 상징적인 장면을 하나만 보자. 2021년 2월, 설을 앞두고 대통령 부부는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을 찾는다. 4년 전 대형화재로 오랜 기간 장사를 못하다 어렵사리 개장한 터였으니 보다 세심한 위로가 필요했다. 상인 대부분이 대통령을 반겼지만, 한 상인은 이렇게 불만을 터뜨린다. "불났을 때 도와줘야지, 고생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4년 동안." "장사 못하고 4년 동안 놀았어요. 이거 다 빚 얻어서 지은 거예요." 늘 그렇듯이 문대통령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러자 김여사가 나섰다. "오늘 대통령이 온 것도 구정 대목에 장사는 안 되고 오이도는 개장을 했는데 마음이 아파서 일부러 왔습니다." 그곳이 ‘오이도’가 아닌, ‘소래포구’라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김여사의 말이 ‘대통령이 일부러 와서 위로하는데 왜 불만이냐’는 힐난으로 들린다는 점이다. 만일 김여사가 "진작 와서 도와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면 어땠을까. 대통령의 미숙한 대처를 만회하는 것은 물론, 서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영부인으로 기억되지 않았을까?

넷째, 언론에 대응하는 방식도 문제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이 김여사가 원하는 관광지를 가기 위한 게 아니냐는 칼럼이 화제가 됐을 때, 청와대 비서실은 허위사실이라며 소송으로 대응했다. 김여사가 청와대 경호관으로부터 1년 이상 수영강습을 받았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청와대 경호처가 소송을 냈다.

결과는 모두 패소, 두 건 모두 허위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재판부는 당사자인 김여사는 숨고 비서실이 대신 소송을 거는 방식은 매우 비겁하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제대로 된 영부인이라면 소송을 하게 놔두는 대신, 국민에게 사과하는 게 맞다. 이상으로 보면 김여사가 비호감의 대상이 된 건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여사님, 이거 다 자업자득이고요, 떠나기 전에 옷값 출처나 밝혀주세요. 궁금해 죽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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