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언론과 90분간 화상 인터뷰..."우크라 중립국화 논의 가능, 비무장화는 수용 불가"
러 "돈바스 지역 독립에 집중"...우크라를 남북한처럼 분단시킬 것이란 우려도 제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화상으로 러시아 독립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여기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비핵보유국 지위,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 허용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AP=연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화상으로 러시아 독립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여기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비핵보유국 지위,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 허용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AP=연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돈바스 분리 문제에 대해 타협 가능성을 내비쳤다. 러시아도 돈바스에 집중하는 쪽으로 돌아서는 모양이다. 돈바스 분할을 통한 양자의 평화협상 타결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체를 남한과 북한처럼 분단시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언론인과 러시아어로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돈바스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타협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타협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어찌됐든,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 등 영토문제에 대해선 "양보 없다"던 기존 입장을 생각하면 상당히 물러선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중립국화와 비핵보유국 지위 또한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단 "제3자에 의해 보장돼야 하며,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을 허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협상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가 요구해 온 비무장화에 대해선, "계속 그렇게 고집할 경우 협상을 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러시아는 앞으로 돈바스 지역에 집중할 전망이다. 다른 지역에 대한 공세가 줄어들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특수작전이 돈바스의 완전한 독립을 위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으며, 앞으로 돈바스 외 다른 지역에 대한 공격은 줄어들 수 있다." 세르게이 루드스코이 러시아군 총참모부 작전국장이 전날 성명을 통해 발표한 내용이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을 넘어 자국군 점령지 전체 분할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 우려하기도 한다.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장은 성명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한국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는 믿을만한 증거가 있다.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지배구역을 만들어 남한과 북한처럼 분단시키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지난 2014년 크림반도의 분리안 주민투표를 실시해 압도적 표차로 가결시킨 다음 크림반도를 점령한 것처럼, 향후 점령지역 곳곳에서 주민투표를 거쳐 러시아 연방 합류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특히 현재 돈바스 지역 내 친러반군 세력 점령지와 크림반도 인근의 우크라이나 남부지역들은 러시아계가 전체 인구 중 30% 이상을 차지한다. 이미 돈바스 내 친러반군 세력인 루한스크 인민공화국(LPR)이 러시아 연방가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곧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러시아 언론 규제 당국인 ‘로스콤나드조르’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을 약 90분간 화상 인터뷰한 자국 매체에 대해 조사를 벌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 포격으로 무참히 파괴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한 아파트 앞에서 27일(현지시간) 발렌티나 데무라(70) 할머니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 할머니는 다른 주민들과 함께 아파트 지하실에서 대피생활 중이다. 세르히이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26일 방송된 영국 BBC 인터뷰에서 "일부 주민은 물·식량 부족으로, 일부는 약품 부족으로 죽어간다"며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을 받는 마리우폴 지역의 참상을 전했다. /로이터=연합
러시아군 포격으로 무참히 파괴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한 아파트 앞에서 27일(현지시간) 발렌티나 데무라(70) 할머니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 할머니는 다른 주민들과 함께 아파트 지하실에서 대피생활 중이다. 세르히이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26일 방송된 영국 BBC 인터뷰에서 "일부 주민은 물·식량 부족으로, 일부는 약품 부족으로 죽어간다"며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을 받는 마리우폴 지역의 참상을 전했다.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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