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가쓰히로
구로다 가쓰히로

20대 대통령에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것은 기적에 가깝다. 나는 1988년 민주화 선거 이후 모든 대선을 경험했는데, 윤석열 당선은 88년 노태우 당선과 함께 보수세력의 기적적인 승리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것으로 ‘20년 집권’을 외쳤던 좌익세력의 꿈은 5년으로 끝나 버렸다. 만약 윤석열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조국 대통령 당선!’에 열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회주의가 된 한국은 20년간 고생을 강요받게 되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좌파세력은 지난번 대선의 승리를 ‘촛불혁명’이라고 했는데, 이번 보수파의 승리는 조용한 ‘선거혁명’이다. 한국 민주주의는 훌륭한 복원력을 발휘하여 성숙한 모습을 세계에 과시했다.

이것으로 현대정치사에서 여야, 좌우에 의한 정권교체 10년 주기는 무너졌다. 불과 5년 만에 퇴장당한 좌익세력의 패인은 ‘위선과 오만, 권력에 대한 도취’이다. 한국의 좌익세력 역시 세계에서 반복되어온 ‘실패한 좌익정치사’에 한 페이지를 더하게 되었다.

역사를 돌아보면 한국 국민은 정치적으로 항상 현명한 선택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88년 노태우 선택도 그랬다. 민주화 시대가 시작되는 정치적 과도기에, 야당 정치인 YS와 DJ가 아닌 군인 출신의 보수파를 선택해 질서있는 점진적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실현했다.

그 후 경상도 야당 정치인 YS를 대통령으로 선택했으며 이어 전라도의 DJ에 정권을 맡겼다. DJ가 당선됐을 때 나는 "이로 인해 고려시대 이래, 권력으로부터 밀려난 ‘호남 1000년의 한’이 드디어 풀렸다"고 썼다. YS 다음이었기 때문에 국민은 안심하고 ‘한으로 가득 찬 DJ’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첫 해방세대였던 노무현 당선도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온건 진보파인 DJ의 다음이었기 때문에 국민은 신세대 노무현 좌파세력에 ‘한번 해보게 하자’라며 선택했다. 그후 경제 대통령 이명박, 위대했던 박정희 시대에 대한 향수와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박근혜 선택도 역사의 경험으로써 필요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 역시, 현실을 부정하고 이상만을 말하는 사회주의적인 이념세력(586 운동권세대)에 국민이 기대한 결과였다. 공정·평등·정의·평화…. 이상주의적인 구호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해본 결과는 엑스(X)였지만, 이 역시 한국 정치의 경험으로써 필요했다.

이렇게 ‘한국 정치에서 한의 상징’이었던 호남과 좌파세력은 지금까지 권력 장악의 기회를 얻어 그 나름대로 해봤다. 그리고 이번에 국민은 새롭게 윤석열 정권을 선택했다. 현명한 국민은 그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그가 무엇을 하길 바라는 것일까?

선거에서 라이벌이었던 이재명 후보는 말을 아주 많이 잘했다. 자신은 뭐든지 알고 있고, 본인이 한다면 뭐든지 잘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 과잉과 오만함이 눈에 띄었다. 국민은 이미 거기에서 위선과 권력집착의 냄새를 느꼈다.

정치 아마추어인 윤석열 후보에게는 반대로 ‘겸손함’이 있었다. 권력은 언제나 겸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권력이 이것을 잊으면 반드시 부패하여 실패한다. 좌파권력의 위선과 오만함에 지친 국민은, 새로운 권력에 ‘겸손함’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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