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김용식

북한의 김정은이 사치품을 구매하거나 기쁨조의 장신구를 위해 ‘억 소리’ 나는 비용을 썼다는 것이 보도될 때마다, 국내 언론은 그 항목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국민 역시 혀를 끌끌 차며 비웃듯 기사를 읽어내렸다. 헌법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확립된 공화국, 대한민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흥미로운 소재’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최근 영부인 김정숙 씨의 의전비용 등을 공개하라는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국가 안보 문제’라는 이유로 불복, 항소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2018년 6월 시민단체 한국납세자연맹이 ‘김 여사의 의상·액세서리·구두 등 품위 유지를 위한 의전비용과 관련된 정부의 예산 편성 금액 및 지출 실적’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는데, 청와대가 "국가 안보 등 민감 사항이 포함돼 국가 중대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라며 거부한 것이다.

이에 분노한 네티즌들은 김정숙 씨가 착용한 고가의 명품 의상·소품 등을 찾아내 직접 대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트위터에는 "김 여사의 옷 정보를 공유한다. 착장 정보 제보 바란다"라는 문구가 쓰인 ‘김정숙 여사님 옷장’이라는 페이지까지 생겨난 상황이다.

지난 27일까지 네티즌들이 언론에 공개된 김정숙 씨의 사진을 확인한 결과 의상은 총 178벌, 액세서리는 한복 노리개가 51개, 스카프와 머플러 33개, 목걸이 29개, 반지 21개, 브로치 29개, 팔찌 19개, 가방 25개 등 총 207점이라고 한다. 이마저도 전체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니, 이쯤 되면 청와대를 ‘지구의 옷장’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그중 가장 큰 논란은 2018년 7월 문 대통령의 인도 순방을 앞두고 김정숙 씨가 흰색 재킷 위에 착용했던 표범 모양의 브로치일 것이다. 해당 제품은 프랑스의 명품인 까르띠에의 시그니처 주얼리로 추측되며, 가격이 최소 2억 원부터 10억 원에 이를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모양이 비슷한 해외 제품을 찾아 브로치의 가격이 우리나라 돈 약 2만 원에 불과할 것이라 옹호하고 있다. 친문 방송인 김어준 씨 역시 "해당 내용은 모두 가짜뉴스"라며 근거 빈약한 주장에만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국민 앞에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생각하면 이 논란을 해결할 방법은 이미 나와 있음에도, 청와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북한의 김정은이 기쁨조의 노리개를 구매하는 비용을 북한 인민에게 알리지 않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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