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 운동과, 좌파운동권의 ‘침묵 카르텔’
미투(me too) 운동과, 좌파운동권의 ‘침묵 카르텔’
  • 서명구
  • 승인 2018.0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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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최근 미투운동의 불을 지핀 서지현 검사, 안희정 충남지사의 정무비서였던 김지은 씨, 계속되는 미투 사건에도 입을 굳게 닫고 있는 참여연대 출신의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왼쪽부터) 최근 미투운동의 불을 지핀 서지현 검사, 안희정 충남지사의 정무비서였던 김지은 씨, 계속되는 미투 사건에도 입을 굳게 닫고 있는 참여연대 출신의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이번 미투(me too)운동에서 상식적으로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나라의 그 많은 여성운동가들과 여성단체들이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요란하게 관련자들을 성토하고, 단죄를 요구하며 물고 늘어졌을 텐데 말이다.

여성가족부 또한 마찬가지다. 고식적인 관계부처 회의 및 종합적인 근절대책 등 그야말로 차분한 실무 행정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땅의 여성운동가들과 여성단체들이 그리고 정부가 그만큼 성숙해지고 의연해졌기 때문일까?

미투 운동의 대상에는 대체로 세 가지 방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남성의 완력을 사용하는 성폭행의 경우다. 이는 전쟁 등 혼란기를 제외하고는 모든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중대한 범죄로 규정되어 왔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고죄의 대상이었던 관계로 범죄가 은폐되기 쉬웠고, 지금도 이를 찾아내어 처벌하는 것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두 번째는 요즈음 주로 논의되는 것으로서, 위계(位階) 즉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행 혹은 성희롱의 경우다. 우리의 경우 오랜 세월 남성중심의 가부장주의 하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동안 이러한 행동들은 관행으로 여겨져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화 되고 또 세계화가 진행된 이후 특히 새천년에 들어서는 과거 남성중심 사회의 축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한 세대를 중심으로 문제들이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게 된 것이다. 일종의 의식의 지체현상에서 빚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세 번째의 경우이다. 그것은 이른바 좌파 운동권의 문화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소련과 중국의 공산혁명 1세대들의 경우 전체적으로 성 모럴이 좋게 보아 상당히 개방적인 다시 말해 문란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소위 68혁명 등 신좌파들의 경우에는 마르쿠제(Herbert Marcuse)의 영향을 받아 인간해방을 부르짖으면서 특히 성의 해방을 중시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점은 류근일 칼럼 “‘가짜 진보’의 왜곡된 性 의식”(조선일보, 2018.3.17)에서 날카롭게 지적된 바 있다.

마르쿠제는 유명한 저서 <에로스와 문명>에서 쾌락원칙과 현실원칙을 대비시키면서, 양자가 통합되어 ‘억압 없는 문명’을 창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면서,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에로스적 충동이라고 주장했다.

리비도의 확장과 변형 속에서 육체 전체가 즐겨야 할 쾌락의 도구가 되어야 하며, 따라서 생식을 위한 성욕으로부터 쾌락을 획득하는 성욕으로 ‘자기승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개인적인 상호관계를 조직하는 제도, 특히 일부일처제와 가부장제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제도를 해체하며 새로운 문명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러한 논리를 한국의 운동권이 그대로 원용, 주장했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논리를 학습하고, 실천할 수준도 아니었다. 주로 외부에서 만들어진 공식과 지령에 의해 움직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공산혁명과 68혁명에서 보듯이 이른바 혁명투사들의 좌파 혹은 신좌파의 의식과 사상의 저류에는 이러한 세계관이 대중화된 속류(俗流)의 형태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존 체제를 파괴하고 가치 전복을 추구하는 젊고 혈기왕성한 혁명 세력의 의식과 사고 속에는 자유분방한 성문화를 합리화하는 이러한 논리가 시대적 저류에서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한국의 여성운동가나 여성단체들은 과거 첫 번째, 두 번째 범주의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목소리 높여 주로 당시 집권세력이었던 보수 성향의 인사들을 비난하였고, 가부장 사회 청산의 필요성, 당위성을 부르짖어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와 발생한 미투 운동에서는 그야말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것이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진영논리, 즉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 ‘내로남불’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제는 세 번째 범주의 대상 즉 이제는 집권세력이 된 진영 전체에 침윤된 천박한 속류 좌파의 성문화다. 그것이 밝은 세상에 전면적으로 민낯을 드러나지 못하도록 일종의 ‘침묵의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smg2018@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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