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의 미국이야기] ⑪ 바이든 아들 헌터의 랩탑

2010년 당시 바이든 부통령(왼쪽)과 차남 헌터가 농구경기를 관람하는 모습. /AP=연합
2010년 당시 바이든 부통령(왼쪽)과 차남 헌터가 농구경기를 관람하는 모습. /AP=연합

‘지옥에서 온 랩탑’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치생명을 위협하는 판도라의 상자가 되고 있다. 랩탑은 아들 헌터의 것. 아버지가 엮인 검은 해외거래가 담겨있다. 우크라이나, 중국, 러시아 등. 수사 중인 헌터가 구속되면 아버지는 아들을 사면한 뒤 24년 대선 출마를 포기한다는 보도도 있다. 랩탑의 진실이 진작 밝혀졌다면 ‘대통령 바이든’은 없었다.

‘지옥에서 온 랩탑: 헌터, 빅테크, 대통령이 감추려는 더러운 비밀들’은 21년 11월 미국 여기자가 펴낸 책 이름. 19년 랩탑은 세상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랩탑은 그 뒤 3년 간 우여곡절을 겪었다. 민주당, 언론, 소셜미디어, FBI·CIA 등 검은 정부(Deep state)는 철벽 연합군을 이루어 랩탑을 부정했다. 거침없는 거짓말과 거짓정보 조작. 증거가 나와도 끝까지 변호·변명했다. 결코 사과하지 않았다.

대선을 한 달 앞둔 20년 10월 14일 뉴욕포스트는 ‘바이든의 비밀 이메일’이란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가스회사 ‘버리스마’의 임원은 15년 4월 이메일에서 헌터가 부통령 아버지를 만나게 해 준 것에 감사했다. 바이든은 대선 중 "한 번도 아들과 사업 문제를 의논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이 거짓임을 랩탑 이메일이 입증한 것.

소개 후 바이든은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당시 대통령과 총리에게 전화해 버리스마를 수사 중인 검찰총장 파면을 요구했다. 15년 12월 키에프 방문 때 10억 달러 대여 약속을 취소하겠다는 위협도 했다. 헌터는 아버지 덕에 버리스마 이사가 되어 6년 간 350만 달러를 받았다. 이메일 뭉치에는 헌터가 아버지를 이용해 해외 기업들과 거래하는 내용들이 있었다. 랩탑에는 헌터가 마약 등 난잡한 짓을 하는 영상·사진들도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보도 1년 반 전. 바이든 가족이 사는 델라웨어의 컴퓨터 수리가게에 헌터가 나타나 랩탑 복원을 부탁했다. 그 뒤 연락두절. 찾지 않는 물건은 90일 지나면 가게의 소유가 된다. 주인은 FBI에 신고했다. 조치가 없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협박했다며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벌이자 다시 FBI에 연락했다. 탄핵 판단을 위한 중요 증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FBI는 그때서야 하드 드라이버를 압수했다. 그러나 주인에게 "입 다물 면 아무 일도 안 생긴다"며 협박 같은 충고를 했다. 주인은 증거를 갖고도 조사하지 않는 FBI를 이해할 수 없었다. 랩탑이 의회에 제시됐다면 탄핵은 바로 중단되었을 것이다. 주인은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 로버트 쥴리아니에게 연락했다. 그의 주선으로 포스트가 보도한 것.

좌파언론은 무시했다. 트위터는 "해킹 자료"라며 포스트의 계정을 막았다. 페이스북 역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며 배포를 막았다. 그러나 바이든 부자는 랩탑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단지 기자들의 질문을 피할 뿐.

5일 뒤 좌파 연합군 공세가 시작됐다. ‘폴리티코’는 전직 고위정보관계자 51명이 "기사는 러시아의 허위조작정보라고 확인"하는 서한을 실었다. 레온 파네타 전 국방장관·CIA 국장, 짐 클래프 전 국가안보 국장(CNN 해설) 존 브래넌 전 CIA 국장(NBC·MSNBC 해설), 토마스 핑가 전 국가안보위원회 의장 (스탠포드대 교수) 등 쟁쟁했다.

서한은 기사를 "러시아 공작"으로 단정했다: "러시아 정부가 중요 역할을 했다. 바이든 아들 것이라는 이메일들이 미국 정치현장에 나타난 것은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러시아 정보 공작이다." 이는 좌파언론들의 "절대 진리"가 되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가 고의로 흘린 허위정보," MSNBC는 "푸틴 대통령과 연계"라고 했다.

언론은 헌터의 랩탑이 아니며 그 내용도 러시아가 해킹으로 심었다고 몰았다. 바이든도 대선에 활용했다. TV토론에서 "정보 관계자 51명이 러시아 공작이라고 하지 않느냐. ‘트럼프가 얘기하는 것은 쓰레기더미’라고 했다. 트럼프와 쥴리아니 빼고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큰 소리쳤다. 사회자는 트럼프의 반박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3월 16일 뉴욕타임즈는 "검찰이 탈세·자금세탁 등으로 헌터를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기소·징역을 피하기 위해 21년 100만 달러 세금을 냈다고 했다. 그리곤 긴 기사 끄트머리에 "검사들은 헌터의 랩탑 이메일들에서 사실을 확인했다"고 슬쩍 언급했다. 드디어 2년 간 "러시아 해킹의 산물"로 유령이었던 랩탑이 실존이며 기사가 진실임이 증명된 것. 타임즈는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탈세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랩탑이 진짜임을 인정하지 않고는 기사를 쓸 수 없었다.

좌파언론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 정정도 안 했다. 포스트 취재에 51명 정보관계자 중 1명만이 "당시 서한은 적절했다"고 변명했다. 나머지는 피했다. 국민을 속인 것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세계를 쥐락펴락하던 정보꾼들과 언론의 부끄러운 행태다.

선거 직후 여론조사. 바이든 투표자의 36%가 "랩탑 파문을 알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13%는 "만약 알았다면 바이든을 찍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기사 검열이 없었거나 언론이 공정보도만 했다면 바이든은 참패했을 것이다. 좌파 연합군의 부끄럼 없는 선거공작이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이메일 중엔 헌터가 우크라이나의 미국 생화학무기연구소 설립에 관련된 내용도 있다. 바이든 가족은 우크라이나·중국·러시아 등으로부터 수천만 달러를 받았다고 한다. 타임즈는 바이든 대통령이 그 돈의 수혜자라는 사실을 감추었다. 헌터의 평생은 아버지였다. 두 사람은 ‘경제공동체.’ 아버지를 이용해 번 돈을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썼다. 공동자금과 직불카드. 아들은 아버지의 청구서를 대신 내고 집수리 비용도 지원했다.

트럼프는 29일 회견에서 "헌터가 전 모스크바 시장 부인으로부터 받은 350만 달러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라"고 푸틴에게 요구했다. "지옥에서 온 랩탑"은 현실의 판도라 랩탑이다. 바이든 부자의 장래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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