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2월 21일. 역사적인 미·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과 중국 마오쩌둥 주석 간 회담이었다. 닉슨이 미·중 수교 문제를 언급했다. 정상회담 목적이 미·중 수교였기 때문이다. 마오는 허세를 부렸다. "수교문제 같은 실무는 주(은래) 총리에게 맡기고 우리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나 논(論)하지요." 공산주의자들은 원래 허풍이 심하다. 공산주의는 출발점이 유물론이다. 하지만 공산주의 이상사회론은 관념론에 빠져있다. 간단히 말하면 ‘사기’(詐欺)다.

자유민주주의는 인류역사의 경험론에 기반한다. 선진화된 자유민주주의 사회일수록 사회적 신뢰(social trust)가 축적돼 있다.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정치인의 제1 덕목이 ‘정직’과 ‘신뢰’여야 마땅하다. 하지만 후진 정치일수록 거짓말이 우세하다.

28일 밤 9시쯤 끝난 윤석열-문재인 신·구 대통령간 만찬 회동은 분위기가 좋았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두 분께서 흉금 없이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는 문 대통령이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해 보인다. 찜찜함이 느껴진다. 그것이 뭘까?

이날 윤-문 회동 전 문 대통령의 청와대 회의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현재는 과거로부터 축적된 역사"라면서, "대한민국은 고난과 굴곡의 근현대사 속에서도 끊임없이 전진해왔고, 역대 정부가 앞선 정부의 성과를 계승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발전시켜온 결과"라고 말했다. 너무나 지당한 말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왜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했을까?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의 ‘앞선 정부의 성과’를 계승하겠다는 말을 문 대통령이 단 한번이라도 한 적 있었던가? 문 정권은 5년간 ‘적폐청산’과 ‘내로남불’로 일관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현재는 과거로부터 축적된 역사’이니까,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권의 성과를 계승하라고? 대단하다! 어쩌면 이렇게도 낯이 두꺼울 수 있을까.

‘철의 가죽’(鐵面皮)이 따로 없다. 차라리 마오쩌둥이 닉슨에게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나 논하자"고 한 말이 더 솔직해 보인다. 윤석열 당선인은 문 대통령의 말을 한쪽 귀로 듣고 흘려보내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