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자 윤여정 '품격'에 박수 환호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배우 윤여정(75)과 남우조연상 수상자 청각 장애인 배우 트로이 코처. /트위터

아카데미 시상식 시상자로 나선 배우 윤여정(75)이 한국인의 품격을 다시 한번 빛냈다. 28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남우조연상 부문 시상자로 참석한 그녀는, 검은색 드레스에 ‘파란 리본’을 달고 수어(手語)로 수상자를 발표해 감동을 줬다. ‘파란 리본’이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상징한다.

윤여정의 존재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늘 다시 할리우드에 오게 돼 기쁘다"는 인사로 말문을 연 후, 특유의 위트 감각을 발휘했다. "어머니가 예전에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어머니 말을 잘 들었어야 했다. 작년 자신의 이름이 제대로 발음되지 않은 것에 대해 불평했는데 죄송하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이번 남우조연상 후보님들 이름을 보니 발음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미리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누군가의 이름을 가능한 한 원음대로 발음하려는 노력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겸허함에서 나온다. 문화적 자기중심주의가 강한 나라로선 좀처럼 보이기 힘든 태도다. 예를 들어 중국에선 세상 일체의 인명·지명이 한자로 옮겨져 중국발음으로 호명된다. ‘윤여정’은 중국에서 ‘인루쩐(尹汝貞)’일 뿐이다.

윤여정의 말이 끝나자 객석에선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그녀의 유머에 호응하며 감명을 표한 것이다. 이윽고 윤여정은 수어로 먼저 남우조연상 수상자를 호명했다. 영화 ‘코다’의 청각 장애인 배우 트로이 코처였다. 윤여정은 자신의 수상식처럼 감격해하며 트로이 코로를 배려해 그의 트로피를 들어주기도 했다. 이번 시상식장의 명장면이었다. 객석의 영화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 흔들며 감동과 축하의 뜻을 건넸다.

한편, 영화 ‘미나리’(2021)의 순자 역으로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은 지난 25일 공개된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에서 주인공 ‘선자’를 연기했다. 현재 새 예능 프로그램 ‘뜻밖의 여정’ 촬영을 위해 배우 이서진·나영석 PD와 함께 미국 LA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꾸밈없는 ‘쿨’한 매력의 윤여정 캐릭터가 어떤 즐거움을 선사할지 기대된다.

영화 ‘미나리’의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 배우. 사진은 미나리 속 한 장면이다. /네이버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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