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문형 박사 저서 '식물처럼 살기'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고귀한 꽃과 희망 감동을 나누고
생명의 근원 나무처럼 아낌없이 주며
다른 생명들과 도우며 어울려 살고
영혼을 발화해 당당히 아름답게 살자

최문형 박사의 <식물처럼 살기>(2017년). 문학박사이자 (동양)철학박사인 저자가 ‘식물’의 속성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를 들려준다. 2020년엔 <식물에서 길을 찾다>를 냈다. /교보문고

우리말 ‘식물인간’이란 ‘person in a vegetative state(식물상태에 놓인 사람)’의 일본 한자어 번역을 전용(轉用)한 단어다. ‘식물에 대한 편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항해 시대’ 이래 인류사를 이끈 정신이 ‘개척하고 쟁취하는 것’이었기에, 흔히 ‘식물=수동적·피동적 연약한 생명체’로만 여겨왔다.

최문형 박사의 <식물처럼 살기>는 식물에 관한 통념과 편견을 완전히 전복시킨다. 전체적인 논리와 구체적 논증이 참신하고 명쾌하다. 식물의 속성·매력에서 삶의 지혜를 깨닫도록 인도하는 이 책은, 문학박사이자 (동양)철학박사인 저자가 조곤조곤 쉬운 문체로 들려주는 철학·인문 교양서다. 오랫동안 철학 연구·강의를 해온 학자로서, 어렵게 느껴지는 철학적 질문과 답을 ‘식물의 삶’에 비유하며 편하게 접근한다.

식물은 오랜 시간 모든 곳에서 굳건히 살아남았다. 잘 들여다보면 ‘식물=지구의 진정한 주인’으로 여겨질 정도다. 지구상에 식물이 없었다면 인류와 다른 생명체의 현재도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진화생물학 관련 지식과 고대신화·역사, 영화·소설 등을 들어 쉽게 풀어 설명해준다. 다양한 사례·삽화, 시 또는 시같은 산문을 통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저자의 재능과 노력이 묻어난다. 저자는 식물의 포용력·넉넉함, 뛰어난 생산능력과·생존기교, 고독·재활능력, 기민성·생활력에 주목하며, 이런 식물처럼 사는 게 인류존속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식물은 싹을 틔울 때 바깥세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떡잎을 키울 때 그저 자기 본성을 키운다. 자기 삶을 산다." 그 과정은 험난하다. 동물체의 공격과 날씨의 습격에 노출되지만 멈추지 않는다. 때론 어렵게 틔운 씨눈을 떨궈야 하거나 애써 피운 꽃이 일찍 시드는 아픔, 태풍에 열매를 잃기도 하지만 식물은 후회하지 않는다. "왜 내가 싹을 냈고 가지를 키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는지 속상해 하지 않는다. 그저 고고하게 묵묵히 당당하게 자기자신 그대로를 산다"는 지적은 울림이 깊다.

"곤충에 갉힌 이파리도 예쁘고 바람에 꺾인 가지도 멋지다. 바람에 우수수 흩날리는 꽃잎도, 신비롭고 덜 익은 풋열매도 사랑스럽다. 생명이기에, 생명이 지닌 모든 속성과 생명이 겪는 모든 사건을 안고 꼿꼿이 살아가는 식물은 아름답다." 식물이 제각각 하나같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저자에겐 ‘아름다움’이야말로 진실·선함을 아우르는 상위의 미덕이다.

식물은 실제 엄청난 초능력자다. 스스로의 삶을 지속하면서 쉼없이 다른 생명체들을 챙기고 돕는다. 그 혜택을 입지 않은 생명체가 없다. 나무의 경우, 열매와 잎을 제공하고 그늘을 만들어 땡볕을 막아주며 나중엔 주거공간의 목재가 돼 준다. 산소를 공급하고 제 몸체에 다른 여러 생명체(새·벌레와 더 작은 식물)를 보듬는 등 생태계의 근간이 돼 준다.

식물의 뿌리·가지·잎·열매·꽃·수액, 쓸모 없는 게 없다. 식물들은 생명의 근원이자 엄청난 생명력의 소유자다. 살아남기 위해 독성을 품는가 하면, 생존에 방해되는 성분은 잎에 모아뒀다가 비·바람으로 털어낸다. 필요하면 유전자 구조를 재배열해서 스스로 변종이 돼버리기도 한다. 이런 속성을 활용해 미국에선 ‘바이오 테러’나 ‘유독성 화학제품’ 등을 금방 감지할 수 있는 식물이 개발됐다. 땅 속의 폭발물까지 알아내는 식물이다.

책 말미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식물처럼 살기 11계명’은 다음과 같다. ▲길가의 풀들에게 시선주고 귀기울이기 ▲신성한 나무, 고귀한 꽃과 희망·감동 나누기 ▲생명의 근원인 나무처럼 아낌없이 주기 ▲꽃처럼 유혹하고 보답하며 살아남기 ▲치밀한 전략전술로 전장에서 이기기 ▲다른 생명들과 욕망을 나누고 도우며 어울려 살기 ▲환경에 자유자재로 적응하고 시련 속에서 인내하고 변신하기 ▲하늘을 동경하고 땅에 굳건히 터 잡기 ▲순응하고 자족하며 찰나와 영원을 살기 ▲모험을 두려워 않고 적절한 때 가능성의 씨앗을 싹틔워 키우기 ▲영혼을 발화해 당당하고 아름답게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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