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장 출마, 국민의힘 자천타천 하마평 난무
‘정치 초보’ 尹보다 ‘정치 유지’ 朴 영향력 지대
‘尹-朴 만남’ 서둘러 지방선거 누수 사전차단을
朴 낡은 코트 ‘金여사 옷’과 대비되며 위상 부각

24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 대국민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24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 대국민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시금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퇴임을 42일 남겨둔 상황에서 불거진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사치 문제가 5년 수감 생활 뒤 대구 달성 사저로 돌아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키웠다.

사면 후 치료받던 서울 삼성병원에서 지난 24일 퇴원한 박 전 대통령, 그의 낡은 ‘남색 코트’가 김 여사의 수백 벌이 넘는 옷과 오버랩된 것이다. 김정숙 여사의 호화 패션 의혹과 이를 감추려는 청와대가 대중의 분노를 한없이 증폭시키면서 박 전 대통령이 뜬 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킹메이커’가 부상하듯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각 지역의 민심을 좌우하는 ‘유지’의 입김이 커진다. 대구시장 자리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면서 박 전 대통령의 ‘몸값’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민의힘 내 상당수 주자들이 대구시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출마 후보군으로는 권영진 현 시장과 홍준표 의원, 김재원 최고위원, 정상환 변호사,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박 전 대통령이 지방선거에 즈음해 정치 발걸음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성급한 관측도 퍼지고 있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과 선을 그어왔던 국민의힘 수뇌부도 ‘박심(朴心)’을 읽기 위해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구에 사저를 마련한 건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측근 유영하 변호사도 시장 후보에 한 다리를 걸치려 한다는 출마설까지 불거졌다. 박근혜와 함께 유 변호사도 최근 대구로 이사를 했다. 박 전 대통령이 그를 공개 지지라도 하면 파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치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는 호감도가 갈리지만 정치 텃밭인 TK 지역에서 박근혜의 영향력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야심가들이 박 전 대통령을 옹위해 ‘영남 미니신당’이라도 만들면 국민의힘으로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박정희 딸’이라는 정치 자산을 지닌 박 전 대통령이 TK에선, 특히 지방선거에선 윤 당선인보다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이 누구를 점지할지, 누구에게 곁을 주거나 덕담성 지지를 표할지 지역 정가의 관심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정치권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의 부상이 윤석열 당선인의 불안정한 지지 기반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정치 경험이 없다. 그런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압도적인 ‘정권교체 민심’ 덕분이었다. 그래서 윤 당선인은 개인의 팬덤(Fandom)을 만들어갈 시간도 기반도 없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이른바 ‘친박(親朴)’이라는 거대한 팬덤을 자랑한다. 이들은 탄핵 사태 이후 5년 내내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며 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중 일부는 ‘국정농단’을 수사했던 윤 당선인에게 적대감도 갖고 있다. 대선이 끝났고 박 전 대통령도 사면된 상황에서, 이들이 윤 당선인을 지지할 명분도 이유도 사라진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부상으로 국민의힘 친박·친이 계파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윤 당선인의 최측근 그룹으로 MB(이명박)계 의원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당내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이 같은 상황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윤 당선인이 국정에서 실책을 범하거나, 지지율이 하락할 경우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서 정치전문가들은 윤 당선인이 하루빨리 달성에 내려가 뜨는 박 전 대통령을 만나 우의를 다져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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