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전쟁 중 포로 신문 때 가장 은밀하게 캐묻는 것 하나가 적장(敵將)에 관한 정보란다. 어느 학교 출신이고 고향은 어디며 그동안 어떤 전투를 이끌었는지 등등. 그걸 파악해야 적이 어떤 전술을 어떻게 구사해올 건가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테니까. 그래서 오늘 묻는다. 자유우파가 상대하는 좌빨 진영을 이끄는 핵심 수장(首長)은 누굴까? 현실정치 쪽의 이해찬-문재인-송영길-임종석 등등? 그들은 이미 종 쳤다. 재야 쪽의 최장집 전 고려대 교수? 그는 문 정권 5년 내내 살짝 비껴서있던 인물이다.

좋다. 내 눈엔 단연 백낙청이다. 서울대 영문과 교수 출신으로 지난 반세기 창비사의 오너로 군림해온 그 사람 말이다. 올해 84세인 그는 예전부터 원탁회의의 좌장이다. 원탁회의? 민주당과 재야를 통틀어 좌빨 동네의 콘트롤타워 즉 사령탑이다. 그걸 이끌어온 백낙청은 사회학자 한완상과 함께 문재인의 비공식 국사(國師)란 점도 기억해둘 일인데, 그가 최근 괄목할 만한 움직임을 보였다. 유튜브 ‘오마이TV’에 출연해 대선 패배로 궤멸한 좌파동네 재건의 ‘교시’를 내렸다. 딱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그는 우선 "이재명은 김대중 이후 최고의 정치지도자"라고 목에 힘을 주고 말했다. 이게 엄청난 얘기인데, 왜나면 그건 좌빨 진영 내부의 합의이며 평양의 의견까지 더해졌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즉 백낙청 발언은 좌빨 진영은 앞으로 이재명 중심으로 전면 재편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 이후 빠르게 이재명이 정치적으로 부활하고 있다. 친명계 박홍근이 민주당 원내대표로 등장한 게 그 일례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백낙청이 언급한 또 다른 교시도 의미심장한데 그건 "민주당을 장악하라"는 메시지였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주사파가 장악한 민주당이 온건개혁세력으로 바뀌는 일은 결코 없다는 암시인데, 이 역시 으스스하다. 즉 백낙청 발언을 정리하자면 이재명 부활, 민주당의 강경세력화인데, 이 둘이야말로 우리가 마주해야 할 무서운 현실이 될 것이다. 그럼 우린 뭘 준비해야 할까? 이재명과 민주당이 벌일 앞으로의 체제전쟁이 그야말로 전면전이라는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든다.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당 쪽에서 이런 걸 정교하게 분석하는 인적 그룹이 있을까?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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