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새 정부에 대한 북한당국의 공격이 노골적이다. 표적을 정해놓고 때리기 시작했다. 30일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인수위의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이종섭 전 합참 차장의 실명(實名)을 언급했다. 매체는 ‘극악한 대결광들’ ‘악질 대결분자들’ 등 특유의 거칠고 무식한 표현들을 동원했다. 내용은 "윤석열 정부의 남북관계가 이명박(MB) 정부 시기의 경색 국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협박이다.

‘MB정부 시기의 경색 국면’이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2008년 8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건, 둘째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이다. 둘 다 북한의 도발이다. 남북관계가 경색될 수밖에 없다. 금강산관광 금지, 5.24 조치가 이어졌다. 당시 김정일 정권은 ‘남조선이 갖다 바치는 달러’가 줄어들자, 이명박 정부를 ‘대결광’으로 비난했다. ‘우리가 때리면 그냥 얻어맞고 달러를 계속 갖다 바치면 될 일이지, 왜 우리와 대결하려고 덤비느냐?’는 뜻이다.

자신의 잘못을 상대에게 덮어씌우는 데는 인류역사에서 북한 같은 정권이 없다. 언제·어디서든 사건을 일으킬 수 있고, 사건을 벌여놓고도 ‘남조선 자작극’으로 덮어씌운다. 북한의 대남부서가 일단 ‘남조선 자작극’으로 들고 나오면 우리사회 내부의 종북·친북·좌파촛불 세력이 나팔을 불어댄다. ‘남조선’을 둘로 갈라치기 하는 데 ‘딱’이다. 윤석열 정부 초기에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북한 대남선전매체가 새 정부 인수위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대결’이란 용어를 들고 나온 게 ‘자작극과 덮어씌우기’의 냄새를 풍긴다.

코로나 봉쇄 2년이 넘어가면서 북한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 상품이 귀해 장마당이 운영되지 않는 곳이 늘어났다. 굶는 주민들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관심도 뚝 떨어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이기든 지든, 중국은 지정(地政)·지경(地經)적 이유로 중앙아시아·중동·유럽으로 눈길을 더 돌릴 수밖에 없게 됐다. 동북지방과 북한에 신경 쓸 겨를이 별로 없다. 이같은 달라진 국제환경이 김정은으로 하여금 ‘좀더 규모가 큰 대남 도발’로 유인할 수 있다. 윤석열 새 정부는 긴장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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