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前 우크라이나 대사 이양구 집사 인터뷰...“인생 돌아보니 하나님의 ‘빅픽처’”

“푸틴 보며 성경의 ‘바로왕’ 생각...러·中·北까지 ‘자유의 출애굽’ 가능성도”
“3~5% 우크라 개신교인, 국가발전 원동력...러시아와 신앙적 협력 어려워”
“현실직시 못 하는 푸틴...차기 尹정부, 자유민주주의 정체성 명확히 해야”

“한국, 미·일과 양자동맹 튼튼히 하고 다자 집단안보도 촘촘하게 대비해야”
“유라시아 외교, 전략적 강화 필요...강대국들 견제할 ‘중진국 외교’도 중요”

“90세 새벽기도 다니시던 어머니...외교부선교회 성경공부 통해 주님 만나”
“외교관 가는 곳 마다 성경공부반 만들어...지역 선교사들과 함께 활동도”
“한국교회가 ‘제2의 태안반도의 기적’ 우크라에서 일으킨다면 최고의 선교”

지난 29일 광화문 자유일보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 중인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집사). /김석구 기자
지난 29일 광화문 자유일보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 중인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집사). /김석구 기자

“모스크바로 외교관으로 떠날 때 UBF에서 처음으로 간증이란 걸 해 봤는데 ‘섭리’란 말이 실감이 났어요. 제가 하나님을 만난 게 아니라, 하나님이 저를 먼저 만나 주셨다는 거죠. 다만 제가 그걸 늦게 깨달았을 뿐이었습니다. 신앙생활 30년을 돌아보니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보호하심 없이는 살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모르는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 저에게 가장 필요한 일들을 행하시고, 제 전체 인생을 ‘빅픽처’로 인도해 주셨음을 고백합니다. ‘섭리’라는 단어가 가장 와 닿습니다.”

지난 29일 오후 광화문 자유일보 사무실에서 만난 이양구 집사(전 우크라이나 대사)는 ‘집사님에게 하나님은 어떤 분인가’란 기자의 질문에 ‘섭리’라는 단어로 힘주어 표현했다. 이 집사는 “앞으로도 내일 일은 모르지만, 하나님의 섭리, ‘빅 픽처’가 있으니 더 담대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섭리(攝理, divine providence)는 사전적으로 기독교에서 ‘세상과 우주 만물을 다스리는 신의 뜻’을 일컫는다. 외교관이란 옷을 입고 국제 정세를 살피며 반평생 해외에서 전문인선교사로 살아온 그의 인생에 걸맞는 답변이었다. 

지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 집사는 최근까지 더욱 바쁘게 지내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2019년까지 우크라이나 대사를 역임했고, 러시아에서도 10년간 외교관으로 근무했었던 그에게 언론과 각종 매체들은 앞다퉈 이번 전쟁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독실한 신앙을 가진 이 집사는 이번 사태를 단순히 국제정세적 시각에서만 보고 있지 않다. 성경적 관점에서 이번 전쟁의 ‘하나님의 빅픽처’는 무엇인지 자유일보가 그에게 물었다. 

◇“푸틴 보며 성경의 ‘바로왕’ 생각...러시아·중국·북한까지 자유의 출애굽 길 열릴 가능성도”

-한국교회가 이번 전쟁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기도해야 할까요.

“이번 사태에서 사람의 관점에서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하나님의 영적인 개입, ‘빅 픽처’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성경적인 관점에서는 잘하면 이번 전쟁이 제2의 홍해의 기적이 될 수도 있고, 잘못하면 아마겟돈(성경에 나오는 인류 최후의 전쟁)의 서곡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것이 저에게 하나님이 주신 메시지였습니다.”

-푸틴이 왜 이렇게 계속 강경하게 나갈까요.

“푸틴 대통령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제가 99년 그의 총리 시절부터 지켜봐 왔는데, 원래 상당히 스마트하고 카리스마가 있었고, 러시아 사랑했던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이번 우크라이나 전면전 침공 결정도 뜻밖이었고, 군사적으로도 이미 러시아가 기울어졌는데 강대강 전략으로 계속 가는것도 푸틴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성경 출애굽기의 바로왕이 생각났습니다. 바로도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일으킨 기적을 아홉번이나 보면서도 이스라엘 민족을 보내주지 않았는데, 성경에 보면 당시 ‘하나님이 바로의 마음을 완악하게 하였더라’고 돼 있어요. 이번에 푸틴의 마음을 이렇게 완악하게 한 것도 하나님이 아니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

-만약 그렇다면, 하나님이 왜 푸틴의 마음을 완악하게 하셨을까요.

“전 이번에 푸틴이 가장 크게 성경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푸틴이 성경과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핵심가치를 건드렸어요. 개인차원에서도 서구 기독교 사회의 가치인 정직과 반대되는 거짓말을 너무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서방이 러시아에 대해 과장해서 말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기독교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가진 미국의 말은 맞았고, 푸틴의 러시아는 거짓말을 한게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러시아는 성경이 강조하는 자유를 구속하고 억압했습니다. 또한 성경은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는데, 러시아는 자신들의 힘만 믿고 이를 무시했어요. 이런 푸틴의 성경에 대한 도전때문에 하나님께서 전 세계적으로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경고를 주시는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실제로 이번 전쟁을 보면 우크라이나도 선방을 잘 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놀라운 이적과 기적 같은 일도 많았습니다. 서방이 빠르게 대응한 것도 그렇구요.”

-그렇다면 우리는 결국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도록 기도해야 되겠군요.

“이번 전쟁은 자유민주주의냐, 푸틴 대통령의 제국주의 체제냐 하는 체제와 가치의 전쟁입니다. 이 전쟁에 신적인 개입이 있고, 하나님의 제2의 홍해의 기적이 나타나도록 기도해야 될 것입니다. 홍해를 건너야 할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국민들도 있지만 러시아 국민들도 있다는 점도 염두해 둬야 합니다. 더 크게 보면 중국, 북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번에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승리한다면 자유민주주의라는 바람이 러시아와 중국, 북한까지 확산될 것이고 자유주의의 연쇄적 승리가 일어날 것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이처럼 성경적인 관점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봐야 해요. 자유민주주의 가치, 곧 성경적 가치가 승리한 홍해의 기적이 될 것인지, 아니면 정말 우리 기도가 부족해서 아마겟돈의 서곡이 될 수 있어요. 현재 푸틴이 상황을 잘 안 받아들이고 이러는데 이런 식으로 가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모릅니다. 우크라이나 원전을 공격하는 등 변수가 있어서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어요. 이건 결국 ‘혈과 육’의 싸움이 아니라 ‘영적인 싸움’입니다. 우크라이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관점에서,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 전쟁을 바라봐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영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가치 전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이번에 선방한다면, 성숙한 정치발전이 될 것이고, 중국·북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더 기도해야 할 시기입니다.

아직 변수가 너무 많은데, 현재 푸틴 대통령의 결단이 가장 큰 변수입니다. 지도자라고 해서 꼭 합리적으로 결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비난·규탄하면서 푸틴은 혼자 왕따로 고립돼 있고 국내에서도 입자가 좁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본인도 합리적·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푸틴이 악한 영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그를 위해서도 기도해야 합니다.”

◇“3~5% 우크라 개신교인들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양국 정교회 간 신앙적 협력은 어려워”

이양구 집사는 "3~5% 정도의 우크라이나 개신교인들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석구 기자
이양구 집사는 "3~5% 정도의 우크라이나 개신교인들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석구 기자

-우크라이나의 국민 중 상당수는 기독교인(정교회) 신자인 것으로 알고 압니다. 대사로 지내면서 지켜본 그들의 신앙은 어떤가요.

“우선 러시아 정교회와 비교하자면, 제가 러시아에도 10년 정도 있었는데 러시아 정교회는 텃세가 심했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텃세는 없었어요. 한국에서 간 선교사들도 자유롭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국민 70% 이상이 정교회이고 카톨릭도 있습니다. 그리고 개신교는 3~5% 정도됩니다. 그런데 숫자는 적지만 개신교 역사는 오래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러시아보다 텃세는 적었지만 국가 발전에는 별로 도움이 못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우크라이나는 배경적으로는 모든 게 갖춰진 나라에요. 우주항공 대국이면서 농업 대국이거든요. 이렇게 발전의 요소가 많은데 왜 발전이 안 되는가 하니 정교회의 영향이라고 분석됩니다. 개신교가 주류가 아니라 정교회가 주류인 국가의 한계가 아닌가 합니다.”

-정교회가 아닌 개신교 비율이 높아야 국가가 발전이 된다는 이야긴가요.

“원래 종교와 국가발전의 상관관계가 높습니다. 최고의 선진국들은 일본을 제외하면 거의 다 개신교 비율이 높아요. 우크라이나 개신교인들도 그런 면에서 미국과 대한민국을 롤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대한민국은 서로 공감대가 많습니다. 민족적인 아픔도 많고, 빠른 시간내에 국가발전을 이뤄 온 역사 등이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소수지만 우크라이나 개신교인들이 국가발전의 원동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소수지만 뜨거운 신앙을 가졌어요. 자기들이 기독교를 확산시켜서 유럽까지 복음화 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있을 정도입니다. 

우크라이나에는 130개 소수민족이 있어요. 국가가 지리적으로 유럽과 중동의 센터에 있기 때문에 터키 등 유럽 인접국과 중동 국가들과도 교류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개신교인들은 인접한 무슬림들에게 방어만 할 것이 아니라, 중동지역에 선교사를 파송해야 한다는 공격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지도층에도 소수의 기독교인들이 있습니다. 제가 대사로 있을 때(2016~2019) 안보실장을 했던 사람은 목사 수준의 신앙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들과 국가발전에 대해 터넣고 토의도 많이 했습니다. 소수지만 우크라이나 크리스천들이 영적으로 무장된다면 우크라이나가 많이 발전할 것입니다.”

눈밭에서 기도 중인 우크라이나 크리스천들의 모습.  /IMB선교회
눈밭에서 기도 중인 우크라이나 크리스천들의 모습.  /IMB선교회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정교회가 다수인데, 두 나라 정교회 사이에 서로 신앙적으로 해결점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까.

“러시아 정교회는 상당히 정치적입니다. 소위 기독교인 이라면서 이번 전쟁과 같은 이슈에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도, 대부분 정권과 유착돼 있어 정상적이라면 지지할 수 없는 이번 전쟁을 지지한 걸 보면 알 수 있죠. 반면 우크라 정교회는 러시아보다 개방적이지만 정치에 관여도 잘 안 합니다. 그리고 지난 2018년에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러시아 정교회 소속에서 따로 분리가 됐습니다. 터키 총 본부에서 승인을 해 버려서 러시아 정교회 쪽에서 발끈했죠. 그래서 서로간 사이가 좋을 수가 없어요.” 

◇“푸틴이 현실 못 받아 들이는 것 같아...차기 尹정부는 자유민주주의 정체성 명확히 해야”

-어쨌든 러시아의 공격은 멈추지 않고 있는데, 푸틴의 현재 시점에서 진짜 목적은 뭘까요.

“초반엔 구소련 제국을 부활하겠다는 ‘빅 픽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단기전으로 끝날걸로 예상했는데 장기화되고 있는거죠. 이미 전쟁이 러시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커져버렸습니다. 러시아의 입장은 공식적으로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하는 것 함께 우크리아나를 중립화하는 것, 그리고 크림반도 병합과 돈바스 영토 문제를 인정하라는 것,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 등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중에서 나토와 중립화 이슈는 협상이 가능하다고 했었습니다. 안전보장 조건하에서 영토문제도 협의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아직 두 국가가 실마리를 못 찾고 있는 이유는 푸틴이 당초 목표했던 상황과 달라지는 것에 대해서 현실을 잘 못 받아들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리적 공황 내지는 공동현상이 온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므로 러시아가 이런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또한 협상하기 전에 러시아가 군사적 우위 점하려는 의도로 전쟁을 계속 끌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 러·우크라 전쟁에 대해 차기 윤석열 정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큰 틀에서 먼저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가치에 대한 확신과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 외교 전략과 정책도 명확히 나옵니다. 이번 사태와 그간 역사만 봐도 전체주의가 일사불란해 잘 할 것 같지만, 권위주의·공산주의의 치부가 이미 드러났습니다. 이번에도 우크라이나가 잘 싸운것도 있지만 러시아 군대의 움직임이 엉망인게 많았습니다. 러시아도 그간 군에 돈을 많이 썼지만 부정부패 만연으로 ‘당나라 군대’가 돼 버렸다는 평가가 많아요.

권위주의·사회주의의 특징은 이처럼 외부적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은 썩어있고 비리와 부정부패가 많다는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가 훨씬 더 우월한 체제입니다. 사람들이 다 누려야 할 기본권들인 언론표현의 자유, 신앙의 자유, 빈곤으로부터의 자유 등이 보장되는 체제에요.” 

◇“대한민국, 미국·일본과 양자동맹 튼튼히 하고 다자차원 집단안보도 촘촘하게 대비해야”

이양구 집사는 차기 정부가 미국·일본과 양자동맹 튼튼히 하고 다자차원 집단안보도 촘촘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석구 기자
이양구 집사는 차기 정부가 미국·일본과 양자동맹 튼튼히 하고 다자차원 집단안보도 촘촘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석구 기자

-차기 정부의 외교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요.

“우리나라도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이기 때문에, 국격이 있는 ‘가치 외교’를 해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을까 걱정하는 태도가 아니라, 선진국으로써 책임있는 역할을 좀 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는 동맹이 얼마나 소중한지 확인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와 미국과 같은 양자동맹도 없고, 나토 같은 집단안보도 없었어요. 우리나라는 이렇게 소중한 한미동맹을 당연시 하면 안 됩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보면서 중국에 기웃거리고 그래선 안 되요. 동맹에서도 우리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한일관계에 있어서도 심각한 수준의 복원이 필요합니다. 위안부 문제 등이 더 이상 양국관계를 흔들어서는 안 됩니다. 한일이 위기 상황에서 서로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일본도 우리와 입장이 비슷합니다. 과거사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체제 진영간 협력을 못하면 손해입니다. 감정적인 문제 때문에 양국간 관계가 서로 퇴보하는 것은 서로간의 발전을 저해시킬 뿐입니다.

또한 한미, 한일 등 양자 동맹도 중요하지만, 다자차원의 집단안보도 중요합니다. 독일·프랑스·영국도 ‘양자 동맹+집단안보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거죠. 이번에 러시아의 행태를 보며 우리는 강대국의 민낯을 봤지 않습니까. 중국은 러시아보다 훨씬 더 큰 민낯이 있을 거에요. 이에 대비한 다자차원 집단안보를 촘촘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라시아 외교, 일관성 유지와 전략적 강화 필요...중진국 외교로 강대국들 견제 역할해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속한 유라시아(Eurasia) 외교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요.

“유리시아 외교는 적극적으로 하되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21세기 질서는 유라시아에서 좌우될 것입니다. 이전 정부가 유라시아 외교는 그래도 일관성 있게 해 왔는데, 새로운 정부에서도 실적은 인정하되 반성할 것은 고치며 전략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것은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 전략입니다. 현재 러시아가 대형사고를 쳐서 국제사회가 당분간 자유주의 진영과 러시아·중국·북한 진영이 나눠져 신냉전구도로 흐를 거에요.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경우 외교적 운신이 많이 좁아지게 될 것인데, SDG 전략은 비정치적인 아젠다이기 때문에 이럴 상황에서 상당히 효과적일 것입니다. SDG는 환경부터 산업, 교육 등 해당 안되는 분야가 없거든요. 저는 우리나라가 SDG라는 글로벌 아젠다로 유라시아에 드라이브를 거는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제공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제공

-일전에 ‘미들파워 네트워크’, 즉 중진국 외교 개념도 강조를 하시던데요.

“우리나라도 중진국 외교를 더 확대해야 합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부딪칠 경우 말리기도 하고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할 중진국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대한민국을 포함해 현재 전 세계에 중진국들을 70개 정도로 보는데, 이들과 함께 중진국 외교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만약 강대국들이 자기들의 이권만을 위해 말도 안 되는 일들을 할 때 중진국들이 견제를 해 줘야 합니다.”

-민간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은 없습니까.

“대국민 공공외교도 강화해야죠. 우리가 이번 우크라이나 일을 너무 먼 나라 일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우리나라와도 직접 연결되는 일입니다.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국제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대국민 공공외교를 통해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 위치의 중요성을 깨닫고, 스마트한 국민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 전략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무엇보다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국내에서 이념논쟁이 심한데,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적어도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있어야 합니다. 동일한 가치를 공유해야 해요. 

이번에 우크라이나에도 친러주의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강대국 개입의 빌미가 된 것이죠. 저희도 이런 부분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외교·안보에 있어서는 미국처럼 초당적인 협력을 할 수 있는 틀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일관성있는 전략적으로 가야 합니다. 여야간 큰 틀에서 초당적인 합의가 필요합니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전략이 바뀌면 외교안보의 동력을 잃습니다.”

이양구 집사는 "외교 전략에서 여야간 큰 틀에서 초당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왼쪽)가 원내대표 임기를 마치며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를 방문해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
이양구 집사는 "외교 전략에서 여야간 큰 틀에서 초당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왼쪽)가 원내대표 임기를 마치며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를 방문해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

◇“90세까지 새벽기도 다니시던 어머니가 기도의 본...'외교부선교회' 성경공부 통해 주님 만나”

-집사님은 언제 예수님을 믿게 되셨고, 언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되셨나요.

“교회를 다닌 건 초등학교때부터 였어요. 당시 어머니가 먼저 교회 다니게 되셨고, 나도 다니게 됐는데 어머니는 90세 돌아가실 때까지 새벽기도를 하시며 기도의 본을 보이셨습니다.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교회를 다니는 것과 진지하게 신앙을 갖는 것은 별개의 문제여였습니다. 제가 진지하게 신앙을 갖게 된 것은 외교관이 된 후 외교부선교회 활동을 하면서부터에요

외교관이 되고 91년 6월, 미국 연수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같은 과 여직원이 좋은 모임이 있다고 해서 갔더니 그곳이 외교부선교회 모임이었습니다.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종교교회에서 20~30명이 모여서 15분간 김밥을 먹고 40분간 성경공부를 했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설교는 많이 들었지만, 그때 성경을 챕터별로 공부하면서 성경이 좀 재미가 있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스페인 대사를 지내셨던 한 선배분이 저를 또 어디로 데리고 가셨는데 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UBF)였어요. 거기서 성경을 또 제대로 배웠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 챕터별로 성경을 공부했는데 문제도 풀어오고 소감도 발표하고 하면서 93년에 모스크바로 갈 때까지 1년반동안 창세기부터 성경 전권을 집중적으로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신앙의 문이 열렸습니다. 93년 8월에 모스크바 간 후로는 스스로 큐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 원동력은 외교부선교회 활동으로부터 시작 된 거죠.”

-우리나라 외교부에 크리스천들이 많은가요.

“외교부가 크리스천 비율이 높습니다. 해외 어디든 우리나라 교회가 활성화 돼 있다보니 해외 근무를 하면서 크리스천이 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당시엔 전문인선교사 개념도 몰랐지만, 저도 현장에서 그렇게 훈련이 돼 갔던 것 같습니다. 

외교부선교회는 지금까지도 매주 수요일마다 성경모임과 오찬모임을 하고있고, 한달에 한번 월례모임 때는 목사님들을 초빙해서 메시지를 전하기도 합니다, 1년에 한번은 1박2일 워크샵도 합니다. 국내에서 해외에 나가있는 선교 회원들에게 크리스천 잡지도 보내드려요. 지금은 제가 은퇴했지만 현재 외교부선교회 회원이 몇백명은 될 거에요. 매년 공관장들 회의할 때는 극동방송 김장환 목사님을 초청해 조찬기도회도 할 정도입니다.”

◇가는 곳 마다 성경공부반 만들어...총영사 땐 지역 선교사들과 함께 ‘민간선교’ 활동도

이양구 집사는 "성경공부가 하나님을 만나는 좋은 수단이 됐다"고 했다. /김석구 기자
이양구 집사는 "성경공부가 하나님을 만나는 좋은 수단이 됐다"고 했다. /김석구 기자

-외교관 활동을 하시면서 복음전도나 민간 선교도 많이 하셨을거 같습니다.

“93년 8월에 모스크바에 처음 갔을 때 뭔 맘이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대사관에서 성경공부 반을 만들었어요. 마침 외교부선교회에서 성경모임을 인도했던 목사님이 선교사로 모스크바에 미리 와 계서서 인도를 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3년을 하고 미국 LA로 발령이 나서 이동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또 성경공부반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왔을때는 직원 중심의 성경공부반을 진행했습니다. 저한테는 성경공부가 좋은 수단이 됐습니다.

그리고 모스크바에 있을 때 저는 두 개의 교회를 다녔는데, 한국에서 파송되신 선교사님이 담임하는 교회도 가고, UBF가 세운 현지교회도 갔다. UBF 교회에서는 러시아 대학생들도 만나 교류했고, 관련 행사에도 참여 많이 했습니다.

나중에 직급이 올라가고 총영사 등을 역임 했을 때는 기관장으로서 지역 선교사님들과 함께하는 활동에도 많이 참여했습니다. 사실 가장 활동적으로 참여했던 게 우크라 대사로 있을 때였습니다. 당시 우크라이나 크리스천들이 제가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에 고무됐었어요. 그분들과 많은 관계도 맺었고, 한국에 대표단도 많이 보냈습니다. 크리스마스 때 메시지도 전해 달라고 하셔서 전한 적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추억이 참 많습니다.” 

-그곳 크리스천 지인들이 요즘 많이 생각나실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 크리스천들은 마음이 항상 간절하고 뜨겁고, 정말 참 너무 좋았습니다. 지금도 우크라이나에서 연락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제가 현재 우크라이나를 위한 인도적 지원에도 국내  NGO등과 합력하면서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까도 말슴드렸지만 우크라이나에는 130개가 넘는 다양한 민족들이 있고, 지리적으로 유라시아의 센터에 위치하면서 기독교·유대교·무슬림 등 다양한 종교들이 존재하는 큰 판이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 기독교의 복음이 잘 증거되고 열정이 있는 크리스천 국민들과 연계되면, 선교 전략적으로 상당한 파괴력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면에서도 우크라이나는 너무나 중요한 나라입니다.”

◇“한국교회가 ‘제2의 태안반도의 기적’ 우크라이나에서 일으킨다면 최고의 선교가 될 것”

이양구 집사는 "한국교회가 ‘제2의 태안반도의 기적’ 우크라이나에서 일으킨다면 최고의 선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2007년 태안반도 기름 유출사고 현장에서 자원봉사자 시민들이 기름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연합 
이양구 집사는 "한국교회가 ‘제2의 태안반도의 기적’ 우크라이나에서 일으킨다면 최고의 선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2007년 태안반도 기름 유출사고 현장에서 자원봉사자 시민들이 기름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연합 

-우리나라 크리스천들이 우크라이나를 어떤식으로 도우면 좋겠습니까.

“현재 우크라이나가 가장 어렵고 힘든 순간에 한국의 크리스천들이 하나님의 정신으로 인도적 지원이나 이후에 전후 복구 문제 등을 잘 도와줘서 ‘제2의 태안반도의 기적’을 우크라이나에서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007년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태 때 10년에 복구될 걸로 예상했는데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1년 만에 복구했잖아요. 당시 120만명의 자원봉사자 중 80만명이 크리스천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 후 트라우마와 상처 등을 한국의 크리스천들이 중심이 돼서 ‘제2의 태안반도의 기적’을 일으킨다면 그것이 최고의 선교가 아닐까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서쪽에서 했을 때, 하나님이 우리가 원하는 동쪽에서 평화통일을 이뤄주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가 정책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도울수 있는 부분은 없을까요.

“최근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인도적 차원의 공동대책위원회도 만들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 각 단체들이 일하는 방식이 각자 열심히는 하는데 사실 컨트롤 타워가 필요합니다. 플랫폼을 만들어서 정부와 같이 협업할 것은 협업하고, 각자 하는 것은 알아서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요.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전체적으로 필요한 것을 나누고 협력하는 거죠. 큰 틀에서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정부와 국회도 우크라이나를 위한 전략들을 많이 펼치면 좋겠습니다. 군사적인 사태가 마무리 된 후 전후복구 문제가 클 것인데, 기회가 되면 대한민국 팀들이 들어가서 선한사마리아인처럼 활동하면 좋겠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지금 ‘아무도 우릴 도와주지 않는다’고 울먹이고 있는데, 조그만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들은 평생 잊지 못할 거에요.”

이양구 집사는...

1959년생.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후 제18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관으로 35년 간 근무했다. 주러시아 대사관 1등 서기관, 주프랑스 참사관, 주카자흐스탄 총영사,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미국LA 총영사 등을 지냈고, 러시아에서만 10여년 정도 근무했다. 지난 2016년~2019년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역임한 후 은퇴했다. 현재 경상대 교수와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상임대표, NGO 사랑광주리 이사, 사랑글로벌프렌드(SGF) 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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