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함재기 결정 안 된 상황서 경항공모함 설계는 시기상조"

3만t급 경항공모함 도입을 추진하는 해군이 창설 기념주간을 맞아 항모전투단의 항진 장면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한 영상을 8일 공개했다. /연합
3만t급 경항공모함 도입을 추진하는 해군이 창설 기념주간을 맞아 항모전투단의 항진 장면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한 영상을 8일 공개했다. /연합

우리 군의 차기 ‘경항공모함(3만톤)’ 착수 예산 72억원이 지난 주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를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6일 국회 국방위에 따르면, 약 607조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을 하루 넘긴 지난 3일, 여당은 국방위원회에서 스스로 깎았던 경항모 예산 72억 원을 막판에 부활시켜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에 야당은 본회의에서 반대표와 기권표를 던졌다.

정부는 경항모 예산 처리를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야당은 함재기 기종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항모 설계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특히 야당 내에서는 공군의 F-35A와 해군의 이지스함·잠수함 추가 도입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국방위 소속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함재기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경항모 도입은 군의 전력화 강화를 분산시킬 수도 있다"며 "F-35A와 이지스함·잠수함의 추가 도입이 경항모보다 우선돼야 하며, 이는 군의 현대화와 전력화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항모 예산안이 통과됐지만 해결돼야 할 숙제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비행장’이라는 경항모 본연의 역할을 하려면 함정에 실을 전투기의 기종에 따라 갑판 설계가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전투기 기종이 확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설계부터 들어가면, 나중에 기종 확정 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또한 경항모의 주 장비는 함정이 아니라 함재기인데도 관련 예산이 확정되지 않은 채 건조비만 예산안으로 통과되면서 추후 함재기가 없는 경항모만 떠다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항모는 활주로가 좁아 기존 전투기가 아닌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항모 전용 함재기가 필요하다.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지난해 12월 해당 사업을 중기계획으로 전환하면서 경항모에 16~20대의 수직이착륙기를 탑재하기로 했다. 다만 2021년도 경항모 착수 예산이 국회에서 퇴짜를 맞아 수직이착륙기 기종 선정 등 다음 단계를 밟는 일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문제는 경항모 함재기의 유일한 선택지가 가성비 낮기로 유명한 F-35B라는 점이다. F-35B는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만든 F-35 계열의 전투기 가운데 작전 반경과 무장 능력이 최저 수준이다. 그럼에도 가격은 대당 수백억 원 더 비싸다.

일례로 F-35A는 8160㎏ 무장을 탑재하고 1093㎞의 작전 반경을 가지지만, F-35B는 무장 탑재 능력(6800㎏)과 작전 반경(833㎞)이 훨씬 떨어진다. 군 관계자는 "영국산 해리어 전투기도 수직이착륙이 가능하지만 1969년에 실전배치돼 퇴역을 앞둔 만큼 경항모에 탑재할 수 있는 전투기는 사실상 F-35B 뿐"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함재기 구매에 3~4조원 가량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F-35B를 사겠다는 나라들이 최근 도입 물량을 줄이면서 획득 및 유지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투기 양산 대수가 감소하면 대당 제작 단가와 후속 군수 지원 비용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 같은 이유로 국회는 F-35B 도입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5일 국방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경항모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함재기를 F-35B로 전제하는 건 반대한다. 그렇게 하면 경항모 계획 자체를 막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선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 전투기 KF-21(일명 보라매)을 수직이착륙기로 개량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지상에서 이륙하는 전투기인 KF-21은 2028년에야 개발이 완료되며, 수직 이착륙기는 그 설계부터가 일반 전투기와 달라 일정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경항모 2033년 도입을 앞두고, 함재기 설계를 새로 하는 것도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향후 경항모와 함재기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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