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
김세원

보이그룹이라고 하면 예쁘장한 얼굴에 탄탄한 복근과 로봇 같은 칼군무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일본에서 2016년 탄생한 5인조 남성그룹 ‘지팝(爺POP)’이 이러한 고정관념에 도전장을 던졌다. 데뷔 당시 이들의 평균 연령은 67세, 맏형은 80세, 막내는 59세였다. 그룹 이름에 들어간 ‘지(爺)’는 일본어로 할아버지를 뜻하는 ‘오지-상’에서 따왔다.

‘지팝’은 일본 내 고령화율 2위인 고치(高知)현 당국이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와 수도권 등으로 떠나면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지역사회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추진한 ‘뮤직밴드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을 통과한 지팝 멤버들은 전원이 고치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들로 여전히 농업과 어업 등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데뷔곡 ‘고령만세’는 테크노풍의 댄스음악으로 고령화 실태를 유머러스하게 풍자한다. "고치현은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그래도 활력 넘쳐, 에브리바디 활력", "밤샘을 해도 새벽 5시반이면 눈이 떠져. 하지만 건강하다네. 고령만세"

‘고령만세’ 는 2016년 유튜브에 탑재된 이후 3주 동안 37만 건이 넘는 재생횟수를 기록했다. 뮤직비디오에는 위아래 흰색 정장에 흰색 중절모와 레이밴을 쓴 할아버지들이 등장해 댄스동작을 섞어 중저음으로 노래한다.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의 마우로 기옌 교수는 최근에 저술한 베스트셀러 ‘2030 축의 전환’에서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60세 이상 인구가 35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노인인구 7% 이상)에 접어든지 19년 만인 2018년 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인구 14% 이상)로 접어들어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전됐다고 하는 일본(24년)을 앞섰다. 한국에도 K팝실버그룹이 결성돼 전 세계 실버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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