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차량에 타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차량에 타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냈던 한덕수(72) 전 총리가 3일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발탁됐다.

윤 당선인의 한 후보자 지명은 그의 경험과 실력뿐만 아니라 현 국회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을 의식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참여정부의 마지막 총리를 지냈던만큼 현 민주당에서도 마냥 반대하기만은 어려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12년 주미대사를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공직에서 물러난 후 한국10년만에 공직사회로 복귀관직에서 물러난 뒤 10년만의 전면 재등장이다. 그는 공직에서 물러난 후 2012년부터 한국무역협회장을 맡아 3년간 활동했으며, 2015년부터는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을 맡아 2년간 활동했다.

한 후보자는 진보 정권인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의 고위직을 지낸데 이어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부에서도 대미 외교·통상 전문가로서 인정받아 주미대사를 지낸 특이한 이력을 갖춘 인물이다.

올해 73세로 다소 고령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꼽히기도 했지만 "오래 했다는 것은 그만큼 경험과 위기 대응 능력이 있을 수 있다는 측면이 있고, 건강은 지금 너무나 좋다"는 게 한 후보자의 설명이다.

이미 총리를 지낸 인사가 또다시 총리로 지명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과거 보수와 진보 정권을 오가며 두 차례 총리를 지낸 경우는 김종필, 고건 전 총리 2명뿐이었다. 장면 전 총리는 이승만 정부에서만 두 차례, 백두진 전 총리는 이승만·박정희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다.

윤 당선인이 한 전 총리에게 15년 만에 다시 총리직을 맡긴 것은 그가 그동안 쌓아온 국정운영의 경험과 경륜을 토대로 엄중한 위기 상황에 놓인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를 아우르며 통할하고, 민주당과의 협치를 이끌어낼 최적임자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 엘리트 관료 출신인 한 후보자는 40여 년간 4개 정부에서 고위 공직에 몸담은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로, ‘공무원 성공신화’로 첫 손에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1949년 전북 전주 출신으로,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수석 졸업한 뒤 1970년 제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세청 사무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옛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으로 옮겨간 후 그의 성공신화가 시작된다.

1982년 부처 간 교류 때 옛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미주통상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상공부와 통상산업부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김영삼 정부에서 특허청장, 통상산업부 차관을 지냈고,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에 취임한 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대통령 정책기획수석비서관,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했다.

2002년 7월 ‘한중 마늘협상’ 파동으로 잠시 공직생활을 접기도 했으나, 노무현 정부 제2대 국무조정실장으로 돌아와 고건·이해찬 총리를 잇달아 보좌했다. 이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뒤 참여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맡는 등 승승장구했다.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을 지냈고, 이후 대통령 직속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 겸 한미 FTA 특보를 맡아 한미 FTA 막판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때 한미 FTA 협상을 성공적으로 주도한 공을 인정받아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에서도 주미 대사로 발탁됐고 3년간 재임했다. 그는 한미 FTA 비준 과정에서 미국의 각 지방정부와 의회를 순회하며 한미FTA 비준 설득에 공을 세워 ‘한미 FTA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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