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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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를 쓴 스코틀랜드학파 자유주의자 흄 (David Hume)은 인간의 정신세계야말로 ‘감성의 노예’라고 말했다.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 (Blaise Pascal)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덧붙였다.

인간이 감성이라는 야수를 제압하고, 신이 부여한 본연의 이성으로 돌아가는 길은 결코 쉽지않다. 인간은 80%의 감성과 20%의 이성을 지닌 ‘생각하는 동물’임을 부정하기 힘들다. 그래서 자유주의가 자유민주주의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20세기 초반 파시즘이든 공산주의 형태든 간에, 자유주의를 제지하려는 전체주의자의 도전은 참으로 격렬했다. 인간의 기저에 깔린 감성을 자극하는 선동가들로 인해서든 인간 본연의 동물적 욕망과 충동으로 인해서든, 작금에도 전체주의자들의 도전은 각양각색 민주주의를 자랑하는 국가들 내에서 심각하게 잔존하고 있다.

현대의 철학자들 가운데는 이성 회복이 인간의 필수조건이라고 역설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이들은 인간의 문명사가 야만으로 치닫고 인간의 이성이 멸종되어근원적인 악을 뿜어내는 전체주의적 세상이 도래하는 것을 저지하고, 신이 부여한 진리로서의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랑스 드골 정부에서 문화부 장관을 지냈던 앙드레 말로 (Andre Malraux),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였던 한나 아렌트 (Hana Arendt)는 <인간의 조건>이라는 같은 제목으로 각각 책을 펴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이성을 상실한 전체주의자들의 만행을 강렬하게 묘사하고 있다. 히틀러 치하에서 인간의 근본악을 온몸으로 경험했던 두 철학자는 감성적인 관념을 뛰어넘어 실천철학으로서의 이성적 지혜를 현대사회에 제공하고 있다.

문 정권 5년 동안 자행되었던 이념에 기반한 약탈적 진영논리와 사회공작에 기반한 인민독재라는 전체주의적 발상은, 과연 이들이 인간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케 만든다. 인류의 역사에서 진실에 대한 기만과 위선은 항상 그 대가를 지불했다. 인류의 역사가 시간의 완곡선을 넘어 늘 완벽한 균형을 맞추어 왔음을 이성적으로 인정할 때, 문 정권의 비정상적인 행위들도 미래를 위한 하나의 역사적 교훈으로 각인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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