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파괴된 마을 주민들에게 피난처·음식 제공...주민들 편견 바꿔

다른 지역 교회가 대가족이 먹고도 남을 밀가루 갖다 줘...“기적적 공급”
1톤 넘는 밀가루 기부받아...복음신문 빵 얻으러 온 모든 사람에 나눠줘
“기독교인이 최전방 난민 되는 경우 흔해...하나님께서 계속 사용하실 것”

​우크라이나의 키릴루크 부부와 가족들, 그리고 그들이 구운 빵들. /한국순교자의소리
​우크라이나의 키릴루크 부부와 가족들, 그리고 그들이 구운 빵들. /한국순교자의소리

러시아와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 한 지역의 교회 지도자가 자신의 아내와 19명의 자녀가 주축을 이루는 작은 가정교회를 통해 전쟁으로 파괴된 마을의 주민들에게 피난처와 음식을 제공하며 복음을 전했다. 이들을 통해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에 대한 기존 주민들의 편견도 바뀌었다.

4일 한국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에서 60km 떨어진 노보아이다르 마을의 침례교 지도자 다니일 키릴루크는 지난 2014년 해당 지역에서 전투가 시작된 날, 자칭 ‘기도의 집‘이라 칭한 예배당을 봉헌해 바로 세례를 베풀었다. 당시 키릴루크의 많은 친구들이 그에게 그곳을 떠나라고 촉구했지만, 그는 “기도하는 동안 주님께서 민수기 16장 46~48절 말씀을 마음에 주시며 장기간 금식하도록 인도하셨다”고 했다.

키릴루크는 최근 정보 포털 베르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민수기 16장 46절에서 48절 말씀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하나님의 진노를 촉발하여 발생한 사건”이라며 “모세가 아론에게 ‘향로를 가져다가 제단의 불을 그것에 담고 그 위에 향을 피워 가지고 급히 회중에게로 가서 그들을 위하여 속죄하라’고 말했고, 아론이 가서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에 섰을 때 염병이 그쳤다. 2014년 당시 그 말씀이 저를 전쟁 지역 한 가운데 남아 있게 했다. 그때 저는 누가 그 지역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중보기도를 드릴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키릴루크는 “지난 2월 24일, 치열한 총격전 소리에 가족들과 함께 잠에서 깼을 때 주님께서 민수기 말씀을 제 마음에 다시 주셨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소리는 30킬로미터 떨어진 샤스티야시에서 들려온 것이었다”고 했다. 이에 키릴루크는 지난 2014년에 했던 것과 똑같이 민수기 말씀을 따라 금식하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키릴루크는 “우리 마을까지는 교전이 확대되지 않았다. 성경 말씀 그대로 패배는 아론이 서 있는 곳에서 끝났다. 러시아 군인들은 성공하지 못했다”며 “강력한 포탄과 미사일이 날아왔지만 우리 마을에서 먼 곳에 떨어졌다. 아마 1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회가 키릴루크 대가족이 먹고도 남을 밀가루 가져다 줘...“기적적 공급”

카릴루크의 어린 자녀들까지 빵 굽기 사역에 참여했다. /한국순교자의소리
카릴루크의 어린 자녀들까지 빵 굽기 사역에 참여했다. /한국순교자의소리

당시 전투가 노보아이다르까지 미치지는 않았지만 마을의 식량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노보아이다르에는 빵집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도시에서 배달된 빵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분쟁이 터지면서 공급이 중단됐던 것. 한국순교자의소리 현숙 폴리 대표는 “키릴루크 형제의 가정교회가 너무 작았기 때문에 마을 주민 누구도 식량난 해결을 위해 그들을 의지할 생각은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 대표는 “키릴루크 형제와 그의 가족은 자신들의 집에서 예배를 드린다. 작은 교회이고 교인은 22명인데 그 가운데 절반은 키릴루크 형제의 가족”이라며 “키릴루크 형제와 그의 아내는 열명의 아들이 있고 막내는 현재 아홉 살이다. 딸은 아홉 명으로 장녀의 나이가 서른 한 살이다. 그 중 네 명의 자녀가 결혼했고, 현재 아홉 명의 손자를 두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키릴루크 형제의 가족들은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우크라이나 기독교인 부부를 집에 받아들여 보살피기 시작했다”며 “이 부부는 2014년 처음 전쟁이 터졌을 때 우크라이나를 떠나 그리스로 갔었던 사람들이었다. 키릴루크 형제 부부는 부양해야 할 식구들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그 지역의 또 다른 교회가 키릴루크 형제의 대가족이 먹고도 남을 밀가루를 가져다 줬다”며 “그때 키릴루크 형제의 아내가 그 밀가루로 빵을 구워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의견 차이가 좀 있었지만, 그날 밤 두 사람은 집에 있는 오븐으로 빵을 굽기 시작했다. 그들은 큰 빵 서른 덩이를 구운 다음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라는 메시지를 SNS를 통해 이웃들에게 알렸다. 사람들이 바로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폴리 대표는 “사람들이 빵만 받으러 온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빵을 더 구워서 나눠줄 수 있도록 밀가루를 가져다주었다. 어느 날은 낯선 사람이 밀가루 아홉 포대를 놓고 갔고, 어떤 농부는 우유를 세 번이나 갖다주었고, 어떤 사람은 오븐을 기부했다”며 “또 다른 기독교인 형제와 두 자매는 자신들의 집에서 빵을 추가로 구워 키릴루크 형제를 도왔다. 효모를 가게에서 더 이상 구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하나님께서 빵을 계속 구울 수 있도록 기적적으로 공급해주셨다”고 전했다.   

◇1톤 넘는 밀가루 기부받아...복음신문 가져와 빵 얻으러 온 모든 사람에게 나눠 줘

키릴루크의 자녀 한 명이 오븐에서 빵을 꺼내고 있다. 그들은 하루에 빵을 160덩이까지 만들었다. /한국순교자의소리
키릴루크의 자녀 한 명이 오븐에서 빵을 꺼내고 있다. 그들은 하루에 빵을 160덩이까지 만들었다. /한국순교자의소리

키릴루크의 기혼 자녀들과 손자들도 도움을 주면서 그 집에 있는 사람이 33명이 됐다. 심지어 키릴루크의 막내아들까지 도왔다. 키릴루크는 “막내 아들은 효모와 밀가루와 소금을 어떻게 배합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며 “우리는 모든 것을 저울에 달아서 배합했는데 막내 아들은 벌써 배합을 끝내고 이미 발효 과정에 들어갔다. 그런 다음 반죽을 치대고, 몇 조각으로 자르고, 밀대로 펴서 빵 덩어리를 만들었다. 가장 어린 나이에도 이미 빵 만드는 법을 모두 알고 있었다. 약 1톤이 넘는 밀가루를 기부받은 것 같다”고 했다. 

폴리 대표는 “그리스에서 방문한 그 기독교인 부부가 복음 신문을 가져왔기 때문에 빵을 얻으러 온 모든 사람에게 나눠주었다”며 “그 부부의 남편은 전도에 특별한 은사가 있어서 사람들에게 신문을 나눠주며 복음을 전했다. 한 이웃은 그에게 ‘침례교도가 얼마나 나쁜지 우리끼리 얘기했었는데, 이제는 우리가 빵을 얻으려고 침례교회를 찾아왔네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기적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그 기도의 집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이다. 키릴루크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비상사태부’에서 연락을 받았다”며 “2월 22일 이후부터 빵 공급이 끊어진 마을이 있는데 빵을 좀 만들어 줄 수 있느냐고 해서 최대한 많이 만들었다. 그랬더니 관계자들이 와서 빵을 가져가 그 마을에 나눠줬다. 그들은 다른 마을로 간다고 다시 전화했고, 우리는 빵을 더 구웠고, 그들은 와서 더 가져갔다”고 했다.  

◇“기독교인이 최전방 사역자 되는 경우 흔해...하나님께서 강력하게 사용하실 것”

키릴루크 부부와 19명의 자녀들 중 18명. /한국순교자의소리
키릴루크 부부와 19명의 자녀들 중 18명. /한국순교자의소리

최근 키릴루크와 그의 가족은 일이 생겨 집을 잠시 떠나야 했다. 하루나 이틀이면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길어졌고, 키릴루크는 상황이 허락되는 대로 속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는 “지금은 그 다음 발걸음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여기에 머무르게 될 줄은 몰랐다.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한 가지 계획만 세웠는데 기대하지 못했던 결과가 발생했다”고 했다.   

폴리 대표 이에 대해 “기독교인이 최전방 사역자인 동시에 난민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며 “이런 일이 오늘날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레이 지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현지 목회자와 동역하고 있는데 그 목회자와 그의 교회 성도들은 에리트레아서 핍박을 피해 에티오피아로 피신한 기독교인 피난민의 주요 조력자로 오랜 세월 사역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 동역자와 그의 교회 성도들이 폭력으로 인해 난민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그들은 계속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고 했다.

그녀는 “이것이 성경만큼 오래된 방식이다. 사도행전 11장에서 기독교인들은 스데반 집사의 순교로 발생한 박해를 피해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흩어짐을 사용해 로마 제국 전역에 기독교인들을 씨앗처럼 뿌리셨다. 그리고 예레미야서에서 바벨론에 유배된 유다 백성들은 하나님의 명령을 받았다. ‘너희는 내가 사로잡혀 가게 한 그 성읍의 평안을 구하고’(렘 26:9). 따라서 우리는 키릴루크와 그의 가족이 속히 집으로 돌아가게 허락해주시기를 기도하고 있지만 또한 하나님께서 그들을 어디에 두시든지 계속 강력하게 들어 사용하실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한편 한국순교자의소리는 현재 우크라이나 현지 교회 뿐만 아니라 국경 근처에 있는 폴란드 및 몰도바 교회에 필요한 긴급한 기금을 계속 보내고 있다. 긴급 구호 사역에 동역하고자 하시는 한국 교회나 성도는 아래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이용할 수 있다.

웹사이트: www.vomkorea.com/donation (납부유형에서 ‘우크라이나’ 선택)
계좌이체: 국민은행 463501-01-243303 예금주: (사)순교자의 소리 (본인 성명 옆에 ‘우크라이나’라고 기입. 그렇지 않으면 일반 후원금으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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