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리적 잡식주의자'를 위한 제언

환경운동, 문명을 탄핵하고 도덕적 우위 주장
'육식=탐욕' 단순 적대 논리 반성할 여지 있어
화제의 책 '소고기를 위한 변론' '신성한 소'
통념 뒤엎고 자연과 공존하는 식량생산 고민

<소고기를 위한 변론> 4월 5일 출간. /교보문고
30년간 채식주의자이자 환경단체 수석변호사였던 니콜렛 한 니먼이 스스로 목축을 하며 지속가능한 상태계와 윤리적 육식에 관해 제언게 됐다. 저서에서 문제는 육식 여부가 아니라 축산방식이라고 역설한다. /니콜렛 한 니먼
30년간 채식주의자이자 환경단체 수석변호사였던 니콜렛 한 니먼이 스스로 목축을 하며 지속가능한 상태계와 윤리적 육식에 관해 제언게 됐다. 저서에서 문제는 육식 여부가 아니라 축산방식이라고 역설한다. /니콜렛 한 니먼
 2021년 7월 번역 출간.
2021년 7월 번역 출간.

‘환경과 공존하는 삶’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풍요로운 고도 산업사회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다만 환경문제를 정치 이슈화하며 현대문명에 대한 적대적 논리로 재구성해 온 경향을 반성할 여지는 있다.

인식의 변화와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간 편의’ ‘자연환경’의 공존을 점점 더 가능하게 하는 가운데, 우리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지나치게 부풀리는 주장에 쉽게 동조해왔다. 과학을 넘어선 ‘신앙’이 돼 있다 해서 ‘기후종말론’이라는 표현까지 생겼다.

환경을 명분으로 문명을 탄핵하고 도덕적 우위를 주장하는 경향도 강하다. 그 연장에 ‘채식주의’가 있다. ‘육식=탐욕’이라는 단순논리의 형성은 정치투쟁의 일환이 되곤 하는 환경운동의 현실과 무관치 않다.

기후위기·동물복지 등 윤리적 이슈, 건강·미용 등을 이유로 채식에 호의적인 사람들이 많다. 육식은 건강에 해롭다는 일반론, 도축에 대한 죄책감, 공장식 사육이 지구를 망가뜨린다는 공포 등이 뒤섞여 있다.

<소고기를 위한 변론>와 <신성한 소>는 이런 통념을 뒤엎는다. <소고기를 위한 변론>의 저자 니콜렛 한 니먼(Nicolette Hahn Niman)은 한때 환경보호단체의 수석변호사이자 30년째 채식주의자였다. 남편을 만나 목축을 체험한 이후, "더 많은 소가 더 많은 초지에서 풀을 뜯도록 해야 지구와 인류를 살린다"는 사명감을 느끼게 됐다. 수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적 증거와 연구자료를 수집·분석해, 복합적이고 예리한 시선으로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며 대안에 접근하게 해준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육식의 종말>(제러미 리프킨, 1993년)을 비롯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 주류 언론·전문가들이 심어 준 통념은 이렇다. 소를 방목하느라 대규모 삼림이 파괴됐고, 소들의 방귀(메탄)가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이다. 축산업은 심각한 수준의 토양·수질 오염을 낳았으며, 소고기·유제품이 인간의 비만을 초래한다 등등.

그러나 니먼의 반론에 따르면, "소야말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가장 실용적이고 가성비 좋은 해법의 하나"다. 소가 배출하는 메탄은 풀이 탄소를 흡수해 광합성을 하듯 "생물계통적 탄소순환의 일부"일 뿐이다.

정부 공식자료와 각종 논문·기사 등 방대한 데이터와 현장탐사 및 인터뷰 등 취재 기록들이 니먼의 주장을 치밀하게 뒷받침한다. "소는 풀을 뜯어먹으며 발굽으로 지표를 부드럽게 하고, 분뇨를 통해 수분과 유기물을 풀과 토양으로 돌려보낸다.

풀의 생장주기는 가속화되고 흙과의 영양순환도 활발해지는 과정을 통해, 토양의 탄소 흡수가 효과적으로 일어나 그만큼 공기 속 탄소는 줄어든다." 소가 땅을 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니먼이 보여주는 사례들은 <육식의 종말> 주장과 정반대다.

"문제는 소가 아니라 소를 기르는 방법(It’s not the cow, it’s the how)" 즉 공장식 축산업이라고 니먼은 강조한다. 공장에 소들을 밀어넣고 항생제를 맞혀 사육하는 것, 어린 소의 도축 문제 등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계획·감독의 방목 관리, 약물·호르몬 주입 금지 등이 절실함을 호소하며, 니먼은 소고기 등 적색육과 현대인 비만 관련 연구의 허술함 또한 지적한다(인체에 정작 심각한 위협은 정제설탕·가공식품이었다).

"고기의 영양분과 맛을 즐기면서 오염과 말썽은 피할 수 있다"는 식물성 고기나 ‘가짜 고기(대체육)’ 등을 둘러싼 진실, 요컨대 ‘가짜 고기’의 생산 원료 대부분 역시 수질오염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농약 집약적 대규모 유전자변형작물 단일재배라는 점을 일깨우기도 한다.

니먼은 ‘내가 동물에서 나온 음식을 먹고 있는가’ 대신, ‘이 음식은 자연의 기능에 따라 생산된 것인가’ 질문할 것을 제안한다. 건강하게 잘 키운 고기를 소비하는 것이야말로 기존의 산업화된 농축산업에 대한 하나의 저항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소고기를 위한 변론>을 강화해 줄 또 하나의 책이 2021년 출간된 <신성한 소>다(한국어판은 니먼의 2014년 저서보다 먼저 나왔다). ‘Sacred cow(신성한 소)’란 일체의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생각·관습·제도를 말하는 상용구다.

‘채식주의의 편견’에 도전한다는 의미를 담은 듯, 책 제목이 됐다. 영양사(다이애나 로저스)와 전직 생화학자(롭 울프)의 공저다. 저자들은 고기가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육식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편견을 ‘Sacred cow’라며 반박한다.

또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을 위한 육식, 영양·환경·윤리 세 가지 관점에서 질 좋은 고기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육식 vs 채식’ 이분법에서 벗어나 자연과 공존하는 식량생산체계를 고민한다는 점은 니먼의 저서와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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