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자유보수 진영은 윤석열 당선인의 정치 행보를 차분히 지켜보고 있다. 새 정부가 잘 하기를 기대하면서 윤 당선인이 정치적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마음속으로 응원한다. 윤 당선인에 대한 섣부른 비판은 이재명 일당을 도와주는 꼴임을 대부분 안다. 그래서 더 조심한다.

지난 5년간 자유보수 진영도 ‘정치 훈련’을 꽤 쌓았다. 이른바 ‘87 체제’ 이후 40여년간 좌파 진영은 ‘정치’만 해왔다. 지금 크고작은 종북·친북·촛불 시민단체들이 1만개는 족히 넘을 것이다. 반면, 자유보수 진영은 박근혜 탄핵 이전까지 자기자리에서 ‘일’만 열심히 했다. 그 결과 한국사회는 ‘뒤집어진 운동장’이 됐다. 공정과 상식이 물구나무 서는 사회가 됐다. 문재인·김정숙·이재명·임종석·조국·추미애·유시민·김어준·정청래·안민석·최강욱·윤미향... 이름도 다 열거하기 어려운 기라성 같은(?) 인간들 덕분에, 대한민국 국민은 지난 5년간 한번도 경험 못한 끔찍한 경험을 해봤다. 두 번 다시 이런 경험은 하기 싫다. 그래서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섣부른 비판을 입에서 꺼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꼭 한 가지만은 윤 당선인에게 훈수를 두어야 할 게 있다. ‘정치적 낭만주의’를 경계하라는 이야기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실패한 이유가 있다. 두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똑같이 언급한 문구가 있다. "이제 우리는 사상과 이념을 떠나 민생을 챙겨야 합니다." 이런 언급 때문에 우리사회가 친북좌파 진영에게 점령당했다. ‘사상과 이념을 떠나서 민생을 챙기자’가 아니라, ‘올바른 사상과 이념으로 민생을 챙기자’라고 해야 맞는다. 두 대통령은 사상·이념·체제에 대한 공부가 덜 된 상태였다.

자유·인권·민주주의·법치·시장의 가치는 양보·봉합·절충의 대상이 아니다. 특히 대통령은 흔들림 없이 견고하게 지켜내야 한다. 이에 대한 확고부동한 신념이 없었기 때문에 광우병 난동에 떠밀려 북악산에서 ‘아침이슬’을 부른 것이다. ‘나도 왕년에 민주화 데모(6·3사태) 좀 했는데...’ 이런 반풍수 정치의식이 한국사회와 자유민주 진영에 끼친 해악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윤 당선인은 대학 때 민주화 운동을 하지 못한 ‘내재적 열등감’을 갖고 있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최근 제주 4·3추념식 참석, 김태일 장안대 총장의 인수위 정치분과위원장 임명 사건 등에서 얼핏 ‘정치적 낭만주의’가 비치는 듯하다. 진짜로 ‘중도실용주의’를 하려면 사상과 이념에서 최고의 수준에 오른 다음에, 천의무봉(天衣無縫) 경지에 오른 다음에 시도하라. 지금 우리사회에서 이른바 ‘중도실용주의’는 가능하지 않다. 정치적 미신(迷信)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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