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발표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는 기정사실이 됐지만 시행 시점은 오리무중인 상태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주택. /연합.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발표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는 기정사실이 됐지만 시행 시점은 오리무중인 상태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주택. /연합.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1년 간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일부 발 빠른 집주인들이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보유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고 싶어도 못 팔았거나 대출 이자부담이 큰 다주택자들의 매도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4일 부동산 세금계산서비스 셀리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에 공시가격 15억원과 7억원 상당의 집을 두 채 가진 2주택자가 15억원짜리 집을 팔아 1주택자가 될 경우 올 한 해에만 3억원 이상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새 정부가 추진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와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1세대 1주택자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을 동시에 누린다는 가정으로 산출한 결과다. 이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큰 혜택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다.

현행 소득세법은 2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20%포인트, 3주택자에게는 30%포인트를 중과한다. 이는 다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집을 팔 경우 양도 차익의 최고 7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의미인데, 여기에 지방세를 포함하면 세금은 82.5%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소득세법 시행령을 고쳐 다주택 중과 제외 대상에 ‘보유 기간 2년 이상인 주택 양도’를 추가하면 다주택자도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면할 수 있다. 단 소득세법에서

2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 양도에 대한 세율 중과를 규정하고 있는 만큼 법을 고치지 않으면 2년 미만 보유자는 중과 배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결국 항구적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를 위해서는 소득세법을 고쳐야 한다는 얘기다. 인수위원회는 일단 한시적인 중과 배제를 시행하고, 향후 부동산 세제 정상화 과정에서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 자체를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을 2년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인수위원회 발표 과정에서 1년으로 축소됐다. 이는 2년이나 배제 기간을 둘 경우 시간적 여유 때문에 당장 매물 출현 및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재건축 규제완화 등으로 공급을 확대해야 하는 새 정부 입장에선 집값이 불안해지면 규제완화의 명분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과 배제 시점. 인수위원회 발표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는 기정사실이 됐지만 이 조치가 언제부터 시행될지는 문 정부의 의지에 달린 상황이다.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은 국회 동의 없이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는 문 정부의 부동산 철학과 어긋나는 정책이다. 문 정부는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가 부동산 시장 불안을 초래한 원인이라고 보고 취득·보유·양도 등 전방위에 걸친 다주택자 규제를 시행했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지난 2014년 폐지된 것을 문 정부가 부활시킨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말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내놓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방안에 대해서도 "지금으로서는 선택하기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인수위원회는 문 정부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가 추진되지 못할 경우 차기 정부 출범 다음날인 5월 11일부터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한시 배제 기간에는 과거처럼 10년 장기 보유 등의 제한 조건도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도를 저울질하는 다주택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 정부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를 추진하든 차기 정부에서 하든 시차는 한 달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미 주택 매도 계약을 체결한 경우 새 정부 출범 전이 잔금일인 사람들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세금 수억원이 오고 가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임대차 기간이 많이 남은 집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은 1년 내 매도가 어려워 매물 유도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다주택자가 매도할 주택은 상당수 세입자가 끼어 있는데, 전세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집이 아니라면 결국 실거주가 필요 없는 갭투자자나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아야 한다는 의미여서 매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실거주 의무가 있어 거래가 많지 않은데다 기존 임대차가 끝나기 전에는 집을 팔 수 없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어주거나 1년 시행 후 배제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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