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EU관료들·국제언론·우크라 대통령을 적으로 언급

빅토르 오르반(58) 헝가리 총리가 3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신화=연합

헝가리 집권여당 피데스가 3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빅토르 오르반(58) 총리는 4선 연임에 성공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헝가리 국가선거위원회 집계 결과 개표율 86% 상황에서 오르반의 피데스와 기독민주국민당(KDNP)을 아우른 우파 연합의 득표율이 53.7%로, 6개 야당연합(34.4%)압도했다.

우파 연합은 전체 199석 중 135석, 과반을 차지했다. "보수당이 승리했다. 이게 유럽의 미래이자 현실이다." 오르반 총리가 부다페스트 시내의 한 쇼핑센터 앞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4연임을 달성한 오르반은 유럽연합(EU)의 최장수 총리 자리에 올랐다. 1998~2000년 총리를 지내고 2010년 총선 승리 이래 연속 3연임에 성공해 12년 연속 집권했다.

친러시아 성향의 오르반은 집권 이래 우파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이슬람·난민·성소수자 등을 경계해 왔다. EU 지도부가 헝가리에 대한 예산지원 삭감을 경고했고, 오르반이 지난 2월 "헝가리에 관대한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공동의 길을 계속 갈 수 없다"며 EU 탈퇴를 시사한 바 있다.

EU의 국제주의가 ‘가치지향 주권국가’의 독립성을 훼손하며 수습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야기한다는 입장을 반영한다. 헝가리가 ‘동성애 결혼 금지’를 헌법에까지 명시한 드문 나라인 것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특이점이다.

CNN 보도에 따르면 오르반은 승리 선언과 함께 EU 및 우크라이나 모두와 거리를 두겠다고 밝혔다. "거대한 적들과 싸워야 한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 좌파·EU 관료들·국제 언론을 모두 적으로 꼽으며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이토록 많은 적들을 한꺼번에 상대한 적이 없었다"는 호소를 하기도 했다.

볼로드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서방세계 국제주의자들의 아이콘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드러난다. 오르반의 헝가리가 반발하는 것은 ‘(타락한) 글로벌리즘’이지 서방세계 자체라고 보긴 어렵다.

한편 프랑스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첫 번째 관문인 1차 투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연임에 도전하는 마크롱 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선두를 달린다.

하지만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가 격차를 좁히며 뒤쫓고 있다. 이슬람·이민자 문제 등으로 심각한 몸살을 앓아 온 프랑스에서 ‘반(反)글로벌리즘’을 내세우는 우파 정치인이 부상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EU와 어떤 식의 관계를 추구할 것인가’가 유럽의 주요국 지도자들에게 큰 과제일 수밖에 없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중재를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만나거나 수차례 전화 통화를 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 왔다. 마크롱의 행보를 ‘글로벌리즘’과의 관계성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프랑스 방송 BMFTV 라파엘 그래블리 기자가 지난달 14일 트위터에 올린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후드티 입은 사진. 그래블리 기자는 "젤렌스키 효과"라고 했다. /라파엘 그래블리 트위터
프랑스 방송 BMFTV 라파엘 그래블리 기자가 지난달 14일 트위터에 올린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후드티 입은 사진. 그래블리 기자는 "젤렌스키 효과"라고 했다. /라파엘 그래블리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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