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등 위성 사진·영상 분석..."러 침공 후 민간인 시신 발견"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쪽 소도시 부차에서 4일(현지시간) 주민들이 러시아군에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집단 매장지를 살펴보고 있다. 러시아군이 한 달만에 철수한 이 지역에서 민간인 시신이 잇따라 발견된다. /로이터=연합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쪽 소도시 부차에서 4일(현지시간) 주민들이 러시아군에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집단 매장지를 살펴보고 있다. 러시아군이 한 달만에 철수한 이 지역에서 민간인 시신이 잇따라 발견된다. /로이터=연합

"여러분 모두 부차(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소도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 재판에 회부할 것을 촉구하며, 그를 향해 또 다시 "전범"이라 칭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키이우 인근 브로댠카 등의 집단학살 규모가 부차보다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성 사진·영상을 검증한 결과, 러시아의 주장은 신빙성이 낮다는 게 서방 언론들 시각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유엔 안보리 이사국 자격 정지를 추진할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상업위성 기업 맥사 테크놀로지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러시아군의 키이우 침공 개시 이후 인근 도시 부차의 길거리와 도로 등에서 민간인 추정 시신이 발견되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영국 BBC도 러시아 측이 조작이라 주장하는 동영상의 진위를 따져 본 결과, "영상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일각에서 주장하는) ‘움직이는 팔’이란 차창에 묻어 있는 얼룩"이라고 전했다. 한 차량이 부차의 거리를 주행하며 촬영한 영상에 대해 러시아가 ‘거리 위에 놓인 시신의 팔이 움직인다’며 "가짜 시체가 등장하는 조작 영상"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집단학살 정황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근방으로부터 철수하면서 드러났다. 특히 부차 지역에서 집단 매장된 것으로 보이는 시신 무리가 발견됐으며, 일부는 손이 뒤로 묶인 채였다.

러시아군에 의한 민간인 집단학살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대사가 이를 극구 부인하며 관련 영상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전범재판’에 ‘추가 제재’까지 공언하고 나섰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네벤쟈 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 기자회견을 통해 "학살을 저지르지 않았음을 입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쟁 외에 선전전(宣傳戰)도 극심하다", "우크라이나의 선전전 기구의 사전 계획이라는 증거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처음부터 관련 영상의 조작을 주장해 왔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30일 부차를 완전히 떠났고 이후 우크라이나군이 도시를 24시간 포격, 나흘 지나 우크라이나군이 도시에 진입했을 때 학살 증거를 내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부차 학살은) 우크라이나군과 그 도시의 급진주의자들이 벌인 범죄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텔레그램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러시아가 이런 증거 제시를 위해 5일 오후 7시 부차 민간인 학살 의혹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으나, 4월 안보리 의장국인 영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편 푸틴 대통령에 대한 ‘전범 재판’이 제기됐으나 실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전쟁범죄 혐의에 대해 의도를 입증해야 한다. 푸틴 대통령이 민간 학살 관련 불법 공격을 직접 지시했거나 그런 범죄의 자행을 알고도 막지 않았다는 증거가 필수다. 현실적으로 관련 증언 확보와 증거 수집이 어렵다. 

지난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소도시인 부차 거리에 민간인 희생자 시신이 방치돼 있다. 러시아군이 한 달 넘게 점령했다가 퇴각한 부차 거리 곳곳에 민간인 복장의 시신들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EPA=연합
지난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소도시인 부차 거리에 민간인 희생자 시신이 방치돼 있다. 러시아군이 한 달 넘게 점령했다가 퇴각한 부차 거리 곳곳에 민간인 복장의 시신들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EPA=연합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