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이인철

만물이 소생하는 화창한 봄은 우리를 밖으로 초대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많은 시간을 미디어 소비로 보낸다. 비대면 생활의 장기화와 인터넷동영상 서비스의 성장은 스마트폰 의존성을 높였다고 한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전통 미디어인 TV 시청률도 높아졌다고 한다. 대선 이후 TV 뉴스를 안 보던 사람들이 다시 뉴스 시청을 시작한다거나, 반대로 이전에는 열심히 시청하던 사람들이 더 이상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TV를 통해 세상을 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각종 미디어에 둘러싸인 오늘의 삶은 미디어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서 가공된 현실을 본다. 미디어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보여주는 창(window)이다. 오늘날 모바일폰의 화면으로 대표되는, 세상을 향해 열린 창은 신문의 지면, TV의 디스플레이, 영화의 스크린, 연극의 무대, 책의 열린 페이지처럼 사각형이다. 그 사각형의 창은 화면 바깥세계와 구분되어 있다.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선택된 현실에 집중해서 그 현실을 가공하고 필요한 편집을 해서 화면상 정제된 표현양식으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세상으로 인도하는 창(windows to the world)은 이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화면 바깥의 위험하고 힘든 일상을 적절하게 가림으로써 안심하고 머무르게 하고, 복잡다단한 실제 세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줌으로써 포기않고 다가가게 하며, 불만이 가득하고 좌절하기 쉬운 세상에서 꿈과 희망을 소개하여 용기를 내어 미래를 바라보게 한다. 미디어는 살아가기 위한 이야기를 제공해서 세상에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 모두가 미디어가 만드는 이야기 세상에서 살아간다. 창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이야기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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