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부차 민간인 집단학살 의혹 관련 논의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 소집됐다. 이 자리에서 "성급한 비난은 금물"이라며 신중론을 펼친 게 중국이었다.

마치 ‘공정’을 강조하는 듯 말하는 중국의 태도에 대해 견해가 엇갈린다. 어차피 러시아를 두둔하는 중국의 속내일 뿐이라는 시각 한편으로, 중국이 일견 합리적 주장을 하는 듯 보이게 만든 서방 세계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공존한다. 장준 주(駐)유엔 중국대사는 "결론이 나기 전까지 사실에 근거한 비판만 가능하다. 근거 없는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 의혹과 관련해 정확한 정황과 사건 원인 검증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유엔 퇴출을 촉구했다. 전날 부차를 직접 방문한 그는 덥수룩한 수염과 국방색 셔츠 차림새로 안보리 첫 연설을 시작했다. 그리고 부차·이르핀·디메르카·마리우폴에서 발견된 어린이들 등 민간인 희생자 시신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90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한다. 러시아군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비유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저질러진 가장 끔찍한 전쟁범죄"라고 호소했다.

또한 "희생자들은 수류탄 폭발로 자기 집에서 살해당했다" "러시아군이 오직 재미로 자동차 안에 있던 민간인들을 탱크로 깔아뭉갰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안보리가 보장해야 할 안보는 어디 있나? 그곳(부차)엔 없었다. 대안이 없다면 다음 선택지는 여러분의 해체가 될 것이다" 등 직언을 날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가 민간인 시신 수백 구를 ‘집단학살의 증거’라고 주장하며 서방 세계가 적극 동조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끝까지 부인해 왔다. "러시아군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엄청난 양의 거짓말을 들었다", "러시아군이 (전쟁에서) 기대만큼 전진하지 못한 것은 민간인을 겨냥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실리 알렉스비치 네벤즈야 주유엔 러시아 대사의 반박이다. 회의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실질적인 책임추궁을 보장할 독립조사를 즉각 요구한다"고 밝혔으며,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가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국 자격 박탈안(案)을 안보리에 제안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민간인 집단 학살 의혹이 제기된 이래, 서방 세계는 이틀간 유럽의 러시아 외교관 약 200여명을 추방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에선 일부 러시아 외교관들이 외교상 기피 인물로 공표됐다.

한편,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이날 ZDF방송에 출연해 에너지문제와 관련된 자신의 오판을 시인했다. "독일-러시아를 직접 연결하는 가스관 ‘노르드스트림-2’의 강행을 고집한 게 분명히 실책이었다." 그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대를 거치며, 총리실 내지 외무장관직을 통해 약 15년간 대러 정책 책임자나 다름 없었다. "결과적으로 수십억 유로에 이르는 사업이 파괴됐을 뿐 아니라 우리 동유럽 협력 국가에 신용과 믿음을 많이 잃게 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의 뼈아픈 자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