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회장 임기도 1년 인데...김현성씨, 18개월째 직 유지하며 ‘단체 통합’만 목매
부결→절차 하자 지적→긴급 임원회→부결 무효→‘날치기 통과’...무리한 행보
당사자 한교총도 ‘통합 어렵다’는데...“뜬금없는 통합 추진 합의에 눈과 귀 의심”

한기총 임시대표회장을 18개월째 맡고 있는 김현성씨. /한기총 홈페이지
한기총 임시대표회장을 18개월째 맡고 있는 김현성씨. /한기총 홈페이지

기독교인도 아닌 변호사 출신의 김현성씨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임시대표회장직을 장기집권 해 오며 본래 임무인 정식 대표회장 선출은 하지 않고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류영모, 한교총)과의 단체 통합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교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7일 교계에 따르면 변호사인 김현성씨는 지난 2020년 9월 21일 법원에서 대표회상 직무대행으로 파송 돼 현재까지 18개월간 ‘임시대표회장’ 직함을 맡고 있다. 원래 한기총 정식 대표회장의 임기가 1년인 점을 감안하면, 다음번 정식 회장 선출까지만 임시직 역할을 맡기기 위해 파송된 임시회장의 임기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길어지고 있다.

한기총은 물론 국내·외 다른 교계 단체에서도 이런 사례는 찾기 어렵다. 애초 한기총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파송된 김현성씨는 자신의 최우선 임무인 다음번 대표회장 선출은 하지 않고, 지난 기간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부결→절차적 하자 지적→긴급 임원회→부결 무효→’날치기 통과’...무리한 행보

지난달 30일 한기총은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긴급 임원회를 열고, 직전 임원회서 부결시켰던 한교총과의 통합을 위한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 가결을 다시 강행했다. 한기총은 지난 임원회에서 당시 31명 중 14명 찬성, 17명 반대로 이 합의서를 부결시켰었다. 그런데 이후 이 임원회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는 문제를 다시 제기했고, 결국 30일 개최한 임원회 표결 끝에 7일 임원회가 무효라고 번복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임원들이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고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져 논란이 됐었다.

지난 3월30일 한기총 긴급임원회 모습. /한기총 홈페이지
지난 3월30일 한기총 긴급임원회 모습. /한기총 홈페이지

당시 가결을 강행시킨 쪽 입장은, 지난 임원회에서 의사정족수 성원을 확인하고 개회를 한 뒤 추가로 일부 임원이 임명됐는데, 이들까지 합산해 다시 성원 발표를 해야 함에도 이런 절차 없이 기본합의서에 대한 의결이 진행돼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통합 무효화에 반대하는 임원들이 표결을 거부하고 퇴장한 뒤, 무효화에 찬성하는 임원들만 남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일종이 ‘날치기 통과’ 사태가 벌어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통합에 대한 한기총의 결정이 우여곡절 끝에 다시 뒤집히자 교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표면적으론 절차적 하자를 바로잡고 다시 논의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 한교총과의 통합 논의를 억지로 강행하려는 의도가 비춰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과정인 기본합의서에 대한 부결→절차적 하자 지적→긴급 임원회→부결 무효→가결의 과정이 무리해 보이는 지적이 많아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현 임시회장 김현성씨가 그간 ‘임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오랜 기간 한기총을 대표하는 자리에 있으면서 유독 한교총과의 통합 논의에만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모습을 두고 교계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교계 한 관계자는 “한기총으로선 총회를 열고 새 대표회장을 뽑는 등 하루 빨리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수위”라며 “그런데 왜 김현성 임시대표회장은 이런 길을 놔두고 한교총과의 통합에만 목을 매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스러워 했다.

◇당사자인 한교연도 ‘통합 어렵다’는데...“뜬금없는 통합 추진 합의에 눈과 귀 의심”

한교총측도 지난 5일 임원회를 열고 연합기관 통합 문제를 논의하면서 지난 회기에서 결의했던 ‘한교총이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한기총이 정상화 하면 조건 없이 통합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다시 말해 한교연도 한기총이 아직 정식 대표회장이 선출되지 않는 등 정상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양 기관이 통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교총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 /한교총
한교총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 /한교총

그 이전의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한기총은 지난해 11월 임원회에서 한교총 회원 교단들 중 세계교회협의회(WCC)에 가입된 교단은 통합 시 배제할 것을 한교총에 제안하기로 결의했었다. 한교총에서 현재 WCC에 가입된 곳은 예장 통합과 기독교대한감리회 등 한교총 핵심 교단들로, 한교총이 기관 통합 시 이들을 배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이는 통합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그렇지만 한기총은 이후에도 김현성 임시대표회장이 전면에 나서 한교총과 통합 논의를 계속 이어갔고,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상호 채택까지 진행했다. 이 기본합의서가 부결됐던 지난 임원회 당시 참석했던 홍재철 목사(한기총 증경 대표회장)는 “한교총과의 통합 추진에 대해 WCC 가입 교단을 배제한 후 통합을 추진하자고 결의한 후 3개월 가까이 되어 뜬금없이 올해 통합 추진을 합의했다고 언론에 발표가 된 것을 보고 내 눈과 귀를 의심했다”고 했다.

이처럼 김현성씨는 임원회 결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음에도 한교총과의 통합을 추진해온 왔었다. 교계에선 한기총과 한교총의 통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양 기관 내부에서 여전히 통합에 회의적인 여론도 상당하다. 결국 주요 교단의 총회장이 바뀌는 올해 9월 이후까지 지금처럼 ‘논의만’ 하고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만약 계속해서 한기총이 정식 대표회장을 뽑지 않고 ‘김현성 임시 체제’를 유지한다면, 김현성씨를 향한 교계의 비난과 의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교계 한 관계자는 “최근의 행보를 보면 김현성씨는 한기총 정상화보다 다른 것에 더 관심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정식 대표회장 임기가 1년인데 기독교인도 아닌 그가 이렇게 오랜 기간 임시대표를 맡고 있는 한기총의 지금 모습은 정상화는 커녕 매우 퇴행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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