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야타나완 추띠마
아리야타나완 추띠마

한국에 산 기간을 다 합치면 7년이 넘어간다. 한국은 나의 고향인 태국과 다른 것이 많은데, 그중에서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지형이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적응되지 않아 힘들다. 태국은 대부분 평지인데 한국은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두 개의 오르막길을 타야 집에 갈 수 있다. 매번 집에 갈 때마다 너무 힘든데 한국 어린이나 어르신들은 문제없이 잘 다닌다.

작년, 이 오르막길에 작은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었다. 오르막길에 익숙해지지 않는 나에게는 정말 큰 선물이었다. 하지만 별로 높지 않은 에스컬레이터를 보며 의문도 들었다. 오르막길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 시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70대 어르신과 에스컬레이터를 같이 타고 내려갔다. 어르신의 모습을 보고 노교수님과 남산에 간 추억이 떠올랐다. 남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나에게는 너무 힘들었다. 노년의 교수님은 아무 문제 없이 산을 잘 타셨다. 힘들게 도착한 정상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고 하산의 시간이 됐다. 나는 신나게 내려올 수 있었는데 교수님은 불편해 보이셨다. 하산하는 게 힘들다고 하셨다.

70대 어르신과 교수님의 모습을 보고 에스컬레이터의 설치 목적은 이 동네에 사는 어르신들이 내려갈 때 이용하는 시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스컬레이터는 올라가기 위한 시설이라고만 생각해 왔기 때문에 신선한 발견이었다.

한국인을 보면 체력이 좋은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등산이 국민 취미 1위답게 주말 지하철에서 만나는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는 어르신들의 모습. 나이가 들어도 열정적으로 일하며 당당한 모습의 식당 아주머니나 경비 아저씨의 모습. 태국에서는 만나보기 힘든 모습이다.

고령 사회에 접어든 한국에는 이렇게 활기찬 생활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많다. 에스컬레이터는 이런 분들의 활동, 특히 내리막길 보행을 도와주기 위한 시설인 것이다. 즉 노년층을 위한 복지제도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개발도상국에서 온 나는 이런 복지시설을 볼 때마다 늘 감탄하고 이런 것이 선진국의 요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선진국은 국가소득과 같은 경제적 기준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나는 경제적 기준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삶에 얼마나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작은 것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내 제2의 고향인 한국도 더욱더 발전해 선진국 중에서도 선진화 지수 1위가 될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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