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은 운명이었고, 남북회담은 '행운'이다
'분단'은 운명이었고, 남북회담은 '행운'이다
  • 최성재
  • 승인 2018.04.2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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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문화 평론가

27일 남북정상이 만났다. 남북 분단은 ‘운명’이었고 정상 만남은 ‘행운’이다. 이제 남북은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치열한 수 싸움을 시작했다. 성공을 향한 '확률' 게임이다. 21세기 들어서며 세상이 ‘디지털 노마드’ 천하로 변했다. ‘제왕’ 빌 게이츠가 지구촌을 거느린다. 정보가 돈을 만들고, 이는 다시 ‘운명’ 창조했다. 일본의 인기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최근 작품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현현하는 이데아’가 ‘전이하는 메타포’를 제압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진실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정자들은 눈 앞의 욕망에 사로잡혀 현실을 착각하기 쉽다. 현대사의 흐름을 예리한 눈으로 재단한 교육문화평론가 최성재 씨의 ‘운명, 행운 그리고 확률’을 6회로 나눠 연재한다. <편집자 주>

그리스 신화에서 우리는 자연과 인간과 그 인간의 상상력이 어우러진 참 아름다운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거기서 역사와 가치관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들 가치관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운명이 아닐까 한다. 어떤 인간도 이 운명은 거부할 수 없다. 자연도 운명을 거부할 수 없다. 심지어 신도 운명을 거부할 수는 없다. 운명의 여신(Moirai, the three Fates)이 사실상 제우스신보다 더 강하게 표현된다. 호머는 이것을 제우스의 아내 헤라의 입을 빌어 이렇게 표현한다.

--제우스여, 운명의 여신이 정한 수명대로 살다가 죽어가는 인간을 그 죽음에서 구할 수 있는가? (Zeus, can thou deliver from death a man Fate has doomed?)

운명의 힘이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 신화가 바로 오이디푸스 왕 이야기다. 어머니와 결혼할 저주의 운명을 타고 난 오이디푸스는 미리 이를 예방하려는 부왕 아버지에 의해서 버림을 받는다.

그러나 지혜와 힘과 용기를 갖춘 늠름한 청년으로 자라난 오이디푸스가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사람을 죽이는 스핑크스에 대한 얘기를 듣고 정의감에 불타서 목숨을 걸고 달려간다.

힘과 지혜를 겸비한 오이디푸스는 여반장으로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 뭇 사람들을 공포에서 해방시킨다. 그 부상으로 미인을 받아 결혼하는데, 그 미인이 바로 친어머니였던 것이다.

인간은 운명을 막으려고 아무리 애써도 결국 운명을 거역할 수 없다는 그리스인의 가치관이 너무도 극적으로 잘 나타나는 신화이다.

이 신화는 그 후 수천 년 동안 지속된다. 심지어 기독교에까지 파고들어 예정설을 낳았다. 다만 운명의 여신과 제우스가 합한 신이 하나님이 된다. 제우스는 인간과 같이 약점도 많았고 힘도 한계가 있었고 아는 것도 한계가 있다. 다만 신들의 왕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완전무결하고 전지전능하다. 따라서 그는 인간이 구원 받을지 안 받을지 미리 알 수밖에 없다.

칼빈(칼뱅 Jean Calvin 1509~1564)에게 예정설은 필연이었다.

이것은 비단 그리스나 서양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동서양 어디서나 공통된 가치관이었다. 인간은 다만 운명 안에서 노력할 뿐이다. 세부적인 것은 인간이 정하지만, 큰 줄기는 어쩔 수 없다는 게 동서양 어디나 공통된 사상이었다.

석가나 공자도 운명을 거슬릴 수는 없었다.

싯다르타 왕자가 어느 날 우연히 왕궁 밖 사람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인간의 생로병사 문제를 풀기 위해 모든 걸 버리고 왕궁을 나서는 것도 운명이었다.

머잖아 왕이 될 왕세자의 신분도 버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까지 버리고 설산(Snow Mountain)으로 간 것도 운명이었다.

마침내 보리수 아래서 생로병사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것도 운명이었다. 알고 보니, 그는 원래 부처였던 사람으로서 이 땅에 태어나서 인간을 구제하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호사스러운 궁궐도 그를 잡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모든 게 운명이었다.

27일 판문점에서 오전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탄 차량이 북측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판문점에서 오전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탄 차량이 북측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자는 한때 운명을 거슬리려고 무진 애썼다. 저 유명한 철환천하(轍環天下)가 바로 그것이었다. 어떤 제후든지 자기를 발탁해 주기만 하면, 주공(周公)이 만든 주나라에 비길 나라를 만들 자신이 있었지만, 그는 중원을 다 돌아다녔지만, 끝내 상갓집 개 같은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마침내 그는 고향으로, 노나라로 돌아간다.

이상은 높되 현실감이 영 부족한 고향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자기가 할 일이 바로 이들을 가르쳐 천 년 앞을 준비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자기의 길은 정치가 아니라 교육임을 깨닫는다.

이 모든 것이 운명이었다.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은 것도 결국은 운명이었다.

하나님이 직접 이 땅에 오셔서 사랑과 이적을 행했지만, 끝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해서 땅 끝까지 하나님의 말씀과 사랑을 전하게 된 것도 하나님의 뜻, 곧 운명이었다. <'행운의 시대'로 계속>

csj@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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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루 2018-05-06 19:35:31
한반도의 남북통일도 하나님께서 예정하신 운명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남북한 지도자들이 꿈꾸는 연합제 내지 연방제 통일은 하나님의 예정엔 결코 없습니다. 이 나라엔 한 번 더 6.25와 같은 전쟁의 폭풍이 휘몰아칠 것입니다. 대한민국 최고 지도자의 어리석은 실수(지금 진행 중입니다.)로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피의 댓가가 따르겠지만 그 결과는 아름다울 것입니다. 남북통일과 함께 하나님의 영광이 복음국가로서의 대한민국에 나타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대의 분단국가 이스라엘의 남쪽 유다왕국 왕 히스기야는 바벨론 사신들에게 궁전의 모든 영광을 보여주었고 그 후 바벨론은 유다에 침입해 와서 왕국을 함락시켰습니다. 지금 좌파정권은 지난 평창올림픽때부터 같은 과오를 범하고 있으며 모든 것이 예정가운데 진행되고 있습니다

크로스 2018-04-27 16:18:41
더 자유일보의 더 자도 너무 거슬리네요...그냥 자유일보 안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