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석 달여 앞두고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민노총은 서울역 광장에 모여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행진을 벌였다. 오후 3시 넘어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 도착한 이들은 ‘이석기 석방’ ‘국가보안법 철폐’ 구호를 외쳤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국가보안법을 철폐를 위한 더 높은 수준의 투쟁을 해야 이석기 의원도 우리 곁에 돌아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가 막힌 것은 이들이 들고 있던 깃발이다. 민노총 산하 대학생위원회 소속으로 보이는 10여 명은 ‘세계적 양심수 이석기 의원 석방하라’는 주장을 담은 깃발을 들었다. 통진당 지하혁명조직(RO) 사건으로 수감된 이석기가 ‘세계적 양심수’라? 간첩이 ‘양심수’라면, 대장동 1조6천억원 부패사건은 ‘산타클로스 선물’인가?

2017년 베이징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 공작금 2만 달러를 받고 F-35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국내 공작 활동을 해온 ‘청주간첩단’ 4명이 지난 5월 적발된 적 있다. 이들은 자신을 ‘활동가’라고 주장했다. 간첩이 ‘양심수’ ‘활동가’가 되는 세상이면,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이재명 후보 조카의 살인행위는 진짜로 ‘데이트 폭력’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대선을 앞둔 민노총의 시위 목적은 분명하다. 국가보안법 철폐, 이석기 석방을 위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강력 압박하려는 것이다. 이석기는 그동안 종북 NL계인 경기동부연합을 이끌어온 장본인이다.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 양경수 위원장 등 경기동부연합 출신들은 민노총을 완전히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경기동부연합은 익히 알려진 대로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시기부터 직간접으로 연대해왔다. 성남시의 크고 작은 이권 사업들을 경기동부연합이 손을 대고 있다는 사실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만약 이재명 후보가 내년 3월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이석기·경기동부연합의 시대도 함께 열리게 되는 것이다. 아닌 말로 ‘낮의 대통령은 이재명, 밤의 대통령은 이석기’ 시대가 열리게 되는 희한한 세상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이 철폐될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며, 내년 또는 2년 후 8.15쯤엔 진짜로 ‘김정은 위인 맞이 행사’가 광화문을 뒤덮을지 모르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과연 어디에 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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