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 샵.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에 매출 77조원을 기록하며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올렸다. /연합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 샵.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에 매출 77조원을 기록하며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올렸다. /연합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들어서만 삼성전자 주식을 9조원 가까이 사들였지만 주가는 신저가로 추락하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3일부터 최근 거래일인 4월 8일까지 삼성전자 보통주를 8조118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는 개인투자자 순매수 금액 1위다. 네이버(1조3201억원), 카카오(1조1846억원), 현대자동차(1조207억원) 등 다른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종목을 큰 차이로 앞섰다.

개인투자자는 같은 기간 삼성전자 우선주도 790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친 개인투자자의 삼성전자 주식 순매수 금액만 8조9082억원에 이른다. 이는 코스피 전체 개인투자자 순매수 금액 15조2845억원의 과반인 58% 규모다.

개인투자자는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가 던진 매물을 그대로 받아냈다. 연초 이후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는 삼성전자 보통주를 각각 5조8445억원, 2조3904억원 순매도했다. 하지만 개미투자자의 매수 행렬이 무색하게 삼성전자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7만8600원에서 지난 8일 6만7800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13.74% 하락했다. 같은 기간 9.31% 내린 코스피지수보다 하락률이 더 높다. 심지어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한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지난 7일에는 6만80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으며, 8일에는 이마저 갈아치웠다.

주가가 연일 신저가를 새로 쓰고 있지만 올해 삼성전자를 매수한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손실권이라고 추정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가 6만원대로 내려앉기 시작한 지난 3월 한 달 동안에만 3조822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또 4월 들어 불과 6거래일 간 2조1225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는 삼성전자 주가가 연초보다 많이 떨어졌지만 괜찮은 실적 전망에 많은 개인투자자가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4월 초 삼성전자가 기대 이상의 1분기 호실적을 발표했는데도 주가는 신저가로 내려갔다. 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로 떨어진 셈이다.

‘어닝 서프라이즈’도 주가를 살려내지 못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도 거시환경의 불확실성 등을 반영해 잇따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달 하순부터 신한금융투자(10만5000원→9만7000원), 상상인증권(8만2000원→7만7000원), 유진투자증권(9만3000원→8만8000원), 하이투자증권(9만4000원→8만9000원), KB증권(10만원→9만원), 하나금융투자(10만1000원→9만5000원) 등으로 목표주가를 내렸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와 수요 개선을 확신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의 해소, 미국과 중국 정부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삼성전자 주가가 올해 예상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의 1.2배인 6만원대 초중반부터 1.6배인 8만원대 초중반 사이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주가순자산비율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것으로 주식투자의 기초지표 중 하나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지난해보다 16.9% 증가한 60조4000억원으로 추정한다"며 "그런데도 연초 이후 주가가 부진한 것은 거시경제환경 불확실성에 따른 전방산업 수요 감소 우려로 하반기 메모리 반등 지속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하려면 하반기 메모리 가격 반등 지속에 따른 실적 개선, 파운드리 수율 개선 등에 의한 비메모리 실적 회복, 인수합병(M&A)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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