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광장. ‘고 김일두 나라지킴이고교연합 초대회장 추모대회’가 열렸다. 700여명의 추모객이 몰렸다. 망인(亡人)에게는 흰 국화꽃을 헌화한다. 애국지사·열사는 다르다. ‘붉은 피’를 상징하는 장미꽃을 바친다. 추모객들은 고 김일두 회장 빈소에 장미꽃을 헌화했다. 대회 단상 정면에 초대형 펼침막이 걸렸다. "하늘에서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지키겠습니다."

고 김일두 회장은 1941년생. 지난 4일 만 81세로 타계했다. 애국지사·열사에는 ‘나이’가 없다. 그가 살았던 마지막 투혼의 삶도 ‘붉은 피 장미꽃’이었다. 2017년 문재인 정권이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책동을 보이자, 김회장은 누구도 생각지 못한 절묘한 전략을 고안했다. 전국 고등학교 졸업 동문들을 모아 연합조직을 만들어냈다. ‘나라지킴이고교연합’(약칭 ‘고교연합’). 전국 350여개 고교 동문들을 규합하여 ‘자유민주 애국시민세력’으로 만든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 동문들을 ‘시민세력화’ 하겠다는 발상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좌우를 통틀어 전례가 없다. 과거 6,70년대 대학 운동권에서 각 졸업고교 별로 날짜를 정해놓고 순차적으로 데모를 한 사례는 있다. 그러나 전국 고교 동문들을 단일 조직으로 묶은 경우는 김일두 회장이 처음이다. 2018년 3월 ‘나라지킴이고교연합’이 창립되자 조직의 파워가 곧바로 발휘됐다. 고등학교는 선후배 질서가 엄격하다. 조직의 힘은 지휘부와 모든 회원들이 한몸처럼 움직일 때 폭발적 에너지를 발휘한다. ‘고교연합’이 딱 그랬다. 모든 회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고교연합’은 2019년 9월 ‘조국 사태’ 때 광화문 집회 선두에 섰다. 김회장은 교보빌딩 앞 ‘200인 합동 삭발식’을 지휘했다. 그 힘이 바탕이 되어 조국은 법무장관 35일만에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이번 3·9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뤄낸 데는 지난 5년간 끊임없이 반(反)문재인 정권 투쟁을 벌여온 자유민주 시민사회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김일두 회장의 업적과 자기희생이 그 속에 녹아있다. 127개 시민단체들이 한마음으로 ‘추모대회’를 연 배경이다. 이 추모대회는 최초의 ‘자유민주 시민사회장(葬)’이기도 하다. 김일두 회장님, 이제 편히 쉬소서!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