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이춘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6주가 지났다. 6주 라는 시간은 전쟁의 평균 길이로 따져 볼 때 결코 긴 기간은 아니지만, 세상이 온통 전쟁 뉴스로 도배되다 보니 이 전쟁이 상당히 오랜 시간 지속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전쟁을 바라다 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러시아는 생각보다 잘 싸우지 못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생각보다 잘 싸운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심지어 일부 평자들은 우크라이나가 이기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제정치에는 참으로 어길 수 없는 원칙이 있다. 강대국과 약소국의 싸움에서는 정상적인 경우 언제라도 강대국이 승리한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결국은 원하는 바를 일부라도 획득하는 상황에서 전쟁이 종결되리라고 보아야 정확한 분석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 보다 큰 관심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의 여부다. 많은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중공의 대만 침공 여부를 유출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두 가지 사례는 유사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다고 생각된다.

우선 유사점은 러시아, 중공이 모두 "호전적인 영토 회복주의자"(Belligerent Irredentist) 들이며 우크라이나와 대만보다 군사력이 강하다는 점 뿐이다. 이 두 가지 사실 외에 우크라이나와 대만은 지정학도 다르고 전쟁이 발발할 경우 국제사회의 대응 방식도 다를 것이다.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 공군기의 폭격을 막기 위해 비행금지구역을 선포해 달라는 절규를 외면했다.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는 전쟁 당사국이 아니라고 말했고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3차대전에 흥미가 없다고 말함으로써 우크라이나의 요구를 거절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3월 30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강력한 전략적 초점은 인도 태평양에 맞추어져 있다"고 다시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나토가 피를 흘리면서까지 지켜주어야 할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도전을 미국의 패권에 대한 도전이라고도 보지 않는다.

반면 미국은 중공의 대만 공격을 미국의 패권에 대한 직접적 도전으로 본다. 대만이나 우크라이나는 똑 같은 비참한 환경에 처해 있지만 미국이 피를 흘리며 도와야 할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가 확연히 구분되는 사례다. 국제정치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힘과 이익’(Power and Interest)이라는 오랜 진리가 21세기의 국제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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